온갖 리스트라고 불리는 건 금년 한 해 동안 거의다 겪어본듯한 느낌인데 세모의 막판에 '김우중 리스트'란 게 또 등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김우중 리스트의 홍역이 치러지기 전에는 이 한 해를 곱게 넘기기가 어려울 성 싶다. 대우채권단의 실사 결과, 대우 등 주요 계열사의 회계분식 및 수출대금 8조원의 해외전용혐의가 드러나 대우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진작 불거지면서 곧 나온 말이 '김우중 리스트'란 사실을 감안하면 그 폭발력을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리스트란 것의 초기 양상은 거의 천편일률(千篇一律)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 벌써부터 대우주변의 얘기로는 '만약 김 전 회장이 구속되면 그동안 정치권 등에 뿌린 정치자금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라는 으름장이 선을 보인 터다. 정치권이 대우자금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음은 이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손병두(孫炳斗)전 경련부회장이 '한국에서 대기업하는 사람이 비자금 준비 안 할 수 있나'고 반문한 것이 불과 이틀전이다. 문제는 먹어도 가장 많이 먹었을 정치권이 손 부회장의 이 말을 듣고서도 쓰다, 달다 말이 없다. 기약없는 해외생활에서 하루하루를 녹아내리는 듯한 심정으로 유랑하고 있을 김 전 회장이 억지로 소환돼 사법처리라도 된다면 총선을 몇달 앞둔 시점에서 그 파장을 무슨 수로 견디겠냐는 것이 정치권의 속셈이다. 금융감독원이 대우의 회계분식 등에 대한 감리를 6개월간 진행, 내년 6월에 마치겠다는 발표 역시 총선이후를 전제한 것처럼 들린다.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불신받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난 10월, 국정감사때 김 전 회장의 사법처리를 주장했던 여야가 대우부실의 규모가 드러난 지금, 입을 닫는 이유를 국민들은 알기 때문이다. 기회 닿을때 챙길 것 챙기고 소문만 안내면 무사하다고 믿는 이상, 정치권이 국민신임을 받는 일은 말머리에 소뿔이 돋기를 바라는 것과 진배없다. 김 전 회장에 대한 당당한 처리는 정치권의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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