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로비 특검 수사결과 발표

지난해 12월19일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 1벌이 배달되면서 시작된 옷 로비 의혹사건이 만 1년만에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의 무대가 됐던 라스포사 의상실의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지난해 11월 이형자(李馨子)씨 자매에게 반강매한 밍크코트는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특검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9월 중간도매상 박모(51·여)씨로부터 가짜 샤넬상표가 부착된 검은색 밍크코트 한벌을 550만원에, 롱 밍크코트 한벌을 650만원에 구입하고 10월에는 가짜 발렌티노 상표가 달린 롱밍크코트 한벌을 750만원에, 메이커 표식이 없는 코트 3벌을 각각 550만원에 사들였다.

정씨는 이중 550만원짜리 코트를 11월5일 이씨에게 3천500만원에 팔아 6배 가까운 폭리를 취했고 그달 13일 이씨와 함께 찾아온 이씨의 동생 영기씨에게 750만원짜리 롱 밍크코트를 임의로 배달한 뒤 이씨로부터 2천500만원을 받아냈다는 것.

특검팀 관계자는 "이씨 자매도 이들 밍크코트가 가짜인 줄 알면서도 평소 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것 처럼 행동해 온 정씨를 통해 최순영 회장 구명로비를 벌일 의도로 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정씨가 중간상 박씨에게서 구입한 나머지 밍크코트 4벌의 행방에 대해 함구함에 따라 이 옷이 다른 장관 부인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특검팀 수사를 사실상 지휘해 온 양인석(梁仁錫) 특검보는 이날 그동안 수사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하는 '수사결과 보고서를 드리며'란 제목의 글을 언론사 기고용으로 써 놨다고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검찰 출신 변호사인 양 특검보는 이 글에서 "진상규명을 바라신 분도 국민 여러분이지만 이젠 허물을 이해하고 용서하실 분도 국민 여러분 몫임을 믿는다"며 하루빨리 옷 로비 사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건강한 검찰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수임된 검찰권을 행사함이 정당하다"거나 "특검제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시적 제한적으로 운용됨이 당연하다"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검제 상설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 수사결과 발표로 여러가지 사실 관계에서 잘못된 수사결론을 내려 축소,은폐 수사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 검찰 수사팀은 당혹스런 표정을 넘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현직 법무장관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는 데 이런 결과가 나와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괴로운 심경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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