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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매일신춘문예 당선작(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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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작품은 상당한 형상력을 과시하고 있어서 독후감의 여운이 길다.

'철탑 위, 비단 잉어'(김석열)는 매운 바람이 불어대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97미터짜리 철탑에 올라야 하는 노동자의 척박한 삶을 조망하고 있는 작품이다. 산 속의 노동현장과 수족관에 갇힌 비단 잉어의 대비는 현대생활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적 기호로써 그 울림이 크다. 그러나 막상 철탑 위에서의 작업에 대한 세목이 부실하다. 또한 철탑 위에 올라간 후 오줌을 눈다는 해학적인 결말 처리도 이 작품의 전체적인 정조(情調)와는 겉돌고 있다.

'메아리'(박성현)는 군대생활 중에 겪는 비합리적 명령 체계를 고발하면서 박복하기 짝이 없었던 아버지와 누이의 삶에 대한 추억기이다.

여러 사건과 에피소드를 교직(交織)하는 기량은 스토리 텔러로서의 면모가 약여(躍如)하지만,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서술기법이 단조로울 뿐더러 어떤 매개 장치가 없어서 허술한 콘텍스트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타인의 얼굴'(이지영)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여성 화자(話者)가 사보(社報)의 표지를 그리면서 맞닥뜨리는 내면풍경을 찬찬하게 조탁하고 있는 작품이다. 소재 자체의 통속성과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정직한 문장 감각은 이 작품의 덕목으로 기릴만 하다.

한 남자와의 사랑을 추억하는 대목에서는 어떤 감상성(感傷性)을 일찌감치 털어버리고 있다. 모든 사물은 말할 것도 없고 불만 많은 자기 생활마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는 인식의 투명성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거듭하여 자기만의 독창적인 소설세계를 열어가기 바란다.

김원우〈소설가·계명대 문예창작학 전공교수〉

이문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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