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천년 햇살보다 더 아름다운 두 부부

◈아들 잃은 슬픔 딛고 평생 봉사활동 다짐"아들을 잃은 슬픔이야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지요. 차라리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면 하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의 뜻을 살려 우리의 가정과 사회를 지켜나가는 밀알이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미국 사회의 '밀레니엄 리더'로 촉망받던 외아들(미국명 다니엘 박.25)을 갑자기 잃었던 박재경(55.캠프 헨리 군종 행정실장).박인숙(50.국제 모유수유 컨설턴트)씨 부부가 단장(斷腸)의 고통을 가정과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박씨 부부의 아들 다니엘은 미 해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알래스카에 있는 포트 리차드슨 육군 공수부대 중위로 근무하던 지난 7월 알래스카 트리니티장로교회 소속 미국 청소년 50여명을 이끌고 야간 등반을 하다가 추락사했다.

미 국립 알링톤 묘지에 안장된 다니엘은 사고 전에도 지체 장애자들을 위한 무료 수영강습.과테말라 어린이 돕기 등 많은 선행을 해 왔으며, 고교 시절 두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엘리트였다.

"운전을 해도 속도 위반 한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원리원칙을 지키고, 남을 위해서 봉사하며 살던 아들을 잃는 고통끝에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더 겸손하게 남을 위하며 사는게 아들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부부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몽땅 넣어서 오는 2000년 1월8일 국방부 박욱병 군종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니엘선교회 창립 예배를 보고, 12일에는 여성들을 위한 사회교육실 '현숙한 여인'(대구시 중구 남산1동, 255-6350, 016-245-0524)을 개소한다.

모유수유 상담, 신생아와 유아 상담, 신부교실 등으로 짜여질 '현숙한 여인'(woman of God) 프로그램을 먼저 선보이고, 아버지교실.남편교실 등으로 꾸밀 '남성 프로그램'(man of God), '청소년과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child of God)까지 마련, 우리 사회의 기초를 튼실하게 다지기 위한 가정사업을 연속적으로 펼치게 된다. "아들을 잃고 마음을 비우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았던 아들의 길을 따라서 위기와 변화의 한국 가정을 지키며 새 천년을 열겠습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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