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디지털'보다 더 급한 것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말 '20세기의 인물(Person Of The Century)'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선정했다. 타임 편집장과 12명의 편집자가 지난 세기의 '지도자 및 혁명가'를 대상으로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20세기의 인물 아인슈타인은 이날 그가 사망한지 45년만에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과학과 기술분야에서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심성과 최고의 우상이 될수 있는 인물"이란 극찬도 덧붙여졌다.

◈아인슈타인 새롭게 조명

'상대성 이론'을 창안,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그에게 돌아간 이날의 영예는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한 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그가 받은 위대한 역사의 평가는 사뭇 감동적이었다.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렇게 쓰여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날 목격한 것이다.

대망의 21세기를 맞는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희망하고 있다. 새 세기에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주도국으로 성장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가 되길 바라며 윤리와 도덕이 확립된 안정된 사회도 소망하고 있다. 또 이 세기에는 우리의 찬란한 문화와 과학이 전 세계로 전파되는 염원도 새해에 가져 보는 바람 중의 하나다. 다시는 과거처럼 어렵고 힘든 혼란과 혼돈이 되풀이 되지 않고 좋은 일만 있기를 모두가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지난 세기의 최고 인물로 선정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피땀어린 노력의 대가였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와는 다른 서구인의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합리적이고 자유분방한 사고 또 남을 배려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그들의 전통적 가치관이 있었기에 세기 최고의 인물이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제2.제3의 아인슈타인의 탄생을 낙관하고 있다.

◈과학에 앞서 인성이 있었기 때문

정직한 것보다 유능한 것이 우대를 받고 합리적이기 보다는 온정적이기를 원하는 우리의 경우와는 다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과 거름 그리고 적당한 기온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세기적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신 세기의 사고가 이젠 필요할 때다.

21세기는 예측을 불허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다. 그러나 첨단과학이 난무하는 무한 경쟁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승자는 기계가 아닌 사람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예측한대로 앞으로의 세계는 첨단장비와 컴퓨터가 결합한 도구의 발명으로 기계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 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만능주의가 판을 친다해도 기계는 기계일 뿐이다.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지 컴퓨터가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엄청난 과학의 변화가 예상되는 새 천년을 맞는 우리 기성세대는 이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전해 줄 새 천년의 화두로 사람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르치면 어떨까. 과학 만능주의로 자칫 잃버리게 될 인성의 문제를 걱정하며 디지털 보다는 이를 먼저 일깨워 줘야겠다.

정직하고 남을 사랑하며 또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르쳐 주는 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된다. 새 세기에 찾아올 한국의 아인슈타인도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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