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5인의 새해 소망-박진형씨(46·산격동)

21세기 새 날·새 삶이 활짝 열렸다. 이란성 쌍둥이처럼 변화의 기회와 추락의 위기를 동시에 지닌 채 우리 모두에게 펼쳐진 새 세기를 희망으로 채색해 가는 힘의 원천은 바로 가정.

전업 주부·맞벌이 주부·실직 여성가장 등으로 우리 가정을 굳건하게 보듬어가는 주부 5명의 새해 소망을 들어 본다.

21세기는 정말 힘들던 지난해와는 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혼잣 몸으로 두 자녀와 살게 되면서 자립의 밑천으로 삼았던 도배 기술은 그동안 애들과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제부가 주선해 준 도배 일자리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IMF로 건설업의 불황이 심해지면서 도배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도 격감됐다. 세상에서 말하는 '실직 여성가장'이 되고, 설자리가 없어지면서 친정 엄마가 살던 집의 방한칸을 내주어서 그곳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두 애들과 먹고 살 만큼 벌기가 너무 힘들었다. 실직 여성가장 앞으로 나오는 쌀 쿠폰을 받으러 갈 때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러한 나의 가난을 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러다가 같이 굶어죽겠다"며 같이 실직자의 처지가 된 동생 내외와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근근이 음식점을 차렸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별로 없어서 당장 살림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깔끔하게 준비하고, 정성껏 맛을 내면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리라는 기대로 한해를 연다.

지난해 '함께하는 주부모임'에서 마련해 준 실직 여성가장들을 위한 '들풀 이야기방'은 여러모로 위안이 되면서 힘들수록 가정을 지켜나가야한다는 믿음을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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