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공 그리고 삶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빛과 어둠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라...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칭하시니라'

철학자이며 과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돌고, 태양은 다시 '우리은하'라는 엄청난 큰 은하를 돌며..."라고 천문학 강연을 하고 있던 중 뒷좌석에서 한 작은 노파가 일어나 말했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쓰레기 같은 소리군요. 내가 사실을 말해주리다. 이 우주는 거대한 거북 등에 얹힌 납작한 판이라오"러셀이 여유있는 미소로 "그러면 그 거북은 어디에 올라서 있나요"라고 물었다. 노파는 한심하다는 투로 언성을 높여서 말했다. "이봐요 젊은 양반, 아니 그것도 모른단 말이요 글쎄? 그 아래는 모두 거북들이라니까"

과학자나 철학자들에게는 시공(時空)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디서 출발하여 언제 끝나는지는 영원한 숙제요 수수께끼이겠지만, 인생들에게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땅과 시퍼렇게 살고 싶은 욕망만이 눈 앞의 원(願)이리라. 그저 내가 사는 공간인 직장과 집을 오가며, 어제를 뉘우치고, 오늘을 참되게 살려고 노력하며, 내일은 창조주에게 맡기는 시공의 삶을 사는 것이 쉽고 편하지 않는가. 왜 무엇이 그렇게 인생을 각박하고 야차같은 소유욕에만 불타게 하는가.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그렇다. 우리는 참새보다 귀하다. 내일부터는 맡기자. 믿자. 그리고 욕심부리지 말자. 나누어 가지자. 나의 시간이 어느 날 문득 끝나면 그 아끼던 공간은 누구 것인고.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이런 것이 인생이지, 삶이지.

문재덕.경북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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