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는 좀 다른데요"
기자는 당황스러웠다. 능란한 질문에 힘들게 이어지는 어설픈 답변. '원조교제 취재'를 위해 채팅으로 접촉한 19세 여고생과의 낯선 대화는 무척 고달팠다.
"차가 뭐예요? 키는 얼마고요" 그리곤 '얼마나 줄 건데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대충 액수를 둘러대자 자신은 '퀸카'여서 다른애와는 틀리다는 말이 바로 튀어 나왔다. 물론 돈을 더 달라는 얘기다.
기자는 이 여고생과의 '원조교제'에 실패했다. 정확히 말하면 취재를 위한 만남을 갖지 못했다. 전화로 약속 장소까지 정하고 1시간여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장난에 넘어간 걸까, 장소를 잘못 알았던 걸까" 추운 겨울 밤, 바람 맞은 기자의 머리속엔 온갖 '상념'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날 원조교제 경험이 꽤 있다는 한 남자의 조언을 듣고서야 실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요즘 애들은 어른 뺨쳐요. 상대할 어른은 널려 있잖아요. 조금이라도 없어보이면 만나주질 않습니다" 결국 준비안된 답변으로 면접에서 탈락한 것이리라.
새해 벽두부터 느닷없이 시작된 '10대 매매춘'과의 전쟁.
시작이야 어쨌든 '전쟁'은 이겨야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대와 관계를 가진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윤락가를 24시간 지킨다고 10대 매춘이 사라질까.
"요즘 애들보고 감각세대라 하는데 핸드폰 갖고 옷 사입으려면 돈이 있어야죠. 그리고 가출하면 생활비는 어쩌구요"
가출 청소년 쉼터에 근무하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소비.향락문화에 애꿎은 아이들만 희생되고 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지금 진행중인 '10대 매매춘과의 전쟁'은 너무 가벼워 보인다. 왜 청소년들이 집에서 나오는지,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지, 돈에 그렇게 매달리는지…. 요란한 처방에 앞서 모두의 진지한 자성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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