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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31차 문제

문제:다음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뽑은 글이다. 예시문에 나타난 사제와 갈릴레이의 견해를 밝히고, 이러한 견해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갈릴레이와 사제는 교황청의 지원 아래 천문학을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목성의 위성과 금성의 위성에 관한 새로운 지식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당시의 통념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사제:갈릴레이 선생님, 사흘 밤 동안 저는 한 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읽어 온 교황청의 법령과 제 눈으로 본 목성의 위성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미사를 드리고 선생님을 방문하기로 결심했지요갈릴레이:목성에는 위성이 없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인가요?

사제:아닙니다. 저는 법령의 지혜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법령은 억제를 모르는 지나친 연구 안에 도사린, 인류에 대한 위험을 드러내 보여주었지요. 그래서 저는 천문학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로 하여금 특정한 이론을 확장하는 일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 동기만은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갈릴레이:그런 동기야 나도 익히 알고 있다고 말씀드려야겠소.

사제:선생님의 노여움은 이해합니다. 교회의 엄청난 권력수단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것이겠죠.

갈릴레이:맘놓고 고문 기구라고 말하시오.

사제:그렇지만 저는 다른 이유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개인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캄파냐에 있는 농부의 아들로 자라났지요. 그들은 올리브 나무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지만 그 밖에는 아는 게 별로 없지요. 그들이 비록 복된 삶을 누리진 못하지만, 그들의 불행 속에도 일정한 질서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바구니를 끌고 돌길을 올라가는 힘, 어린애를 낳는 힘, 그리고 먹는 기운까지, 그들은 어디서 그런 힘을 길어 내는지 아십니까? 땅을 볼 때, 해마다 새로이 푸르러지는 나무들과 작은 교회를 볼 때, 성경말씀에 귀기울일 때, 그들은 이 세계가 영원하고 필연적임을 느끼면서 힘을 얻습니다. 배려하면서 걱정스러운 듯 보살피는 하나님의 시선이 머리 위에 머물러 있다는 확신이 그들에게 있는 겁니다. 만일 제가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허공에서 다른 별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한낱 작은 돌덩이 위라고,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 실로 아무 것도 아닌 별 위라고 말한다면, 저의 가족들은 뭐라고 할까요? '우리의 곤궁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렇게 말하겠지요? 제가 교황청의 법령에서 일종의 어머니 같은 고귀한 긍휼을, 위대한 자비심을 읽어 낸 연유를 이제 아시겠습니까?

갈릴레이:자비심이라! 보아 하니 당신은, '그들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포도주는 떨어졌고 그들의 입술은 말랐다' 그런데도 그들더러는 '신부의 법의에 입맞춤이나 해라' 이런 생각이시군요. 왜 이 땅의 질서는 텅 빈 금고(金庫)의 질서뿐이며, 이 땅의 필연성은 죽도록 일하는 것뿐이오? 자비심 깊은 예수님의 대리인이 스페인과 독일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 비용은 당신의 캄파냐 농부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왜 그 대리인이 지구를 우주의 중심점에다 갖다 놓을까요? 베드로의 교권이 지구의 중심에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문제는 베드로의 교권이오. 문제는 별들이 아니라 캄파냐의 농부들이니까. 진주조개가 어떻게 진주를 만드는지 아시오? 목숨을 위협하는 병을 앓으면서 참을 수 없는 이물질, 이를테면 모래알 같은 것을 점액낭 속에 품고 있으면서 진주를 만드는 것이라오. 진주가 형성되는 동안 진주조개는 거의 죽어간단 말입니다. 나는 차라리 건강한 굴조개를 택하겠어요, 이것 보시오. 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양수기가 농부들의 우스꽝스럽고 초인적인 고통보다는 더 많은 기적을 행할 수 있단 말이오.

사제:갈릴레이 선생님, 저는 성직자입니다.

갈릴레이:과학자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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