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년간 고학생 대부 노릇 천사표 우리 아저씨

서문시장 원단도매상 한동일(58.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자녀 셋을 모두 졸업시켰지만 아직도 중.고교 수업료를 낸다.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주위 청소년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87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교생들의 수업료를 내다보니 지금까지 30여명이 한씨의 도움을 얻어 무사히 학업을 마칠수 있었다. 그 중에는 명문대 법대를 나와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한 청년도 포함돼 있다.

4년전인 지난 96년부터는 동료 상인들도 한씨의 선행에 마음이 움직여 함께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고 있다. 한씨를 포함한 시장 상인 5명이 장학 모임을 결성, 각각 1명씩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대납해주고 있는 것.

""아저씨의 은혜를 거울삼아 저보다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도움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받는것은 한씨의 가장 큰 보람이다.

30여년간 서문시장에서 원단도매업을 해온 한씨는 지난 87년 겨울, 신문배달을 하던 100여명의 소년들에게 신발과 목도리를 사주면서부터 어려운 청소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 해 겨울은 몹시 추웠어요. 변변한 겨울옷 조차 걸치지못한 채 추위에 떨며 신문배달하는 아이들을 보니 불현듯 '이제는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몇몇 어려운 아이들의 집안사정을 직접 듣다보니 공부하고 싶어도 학비가 없는 아이들의 사정이 가장 딱했다. 한씨 자신도 6.25 전쟁직후 묵장사를 하며 9남매를 키우는 홀어머니밑에서 공납금을 감당할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무료급식행사를 책임지고 있기도 한 한씨는 '무료급식이 아니면 밥을 굶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노인들을 만날때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직 많다는 것을 느낀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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