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2호선 공사장 붕괴사고는 지질 성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을 도외시한 편의적 설계 및 공법변경, 허술한 시공, 지반약화를 감지하고도 대처하지 못한 안전의식 실종 등 총체적 부실의 결과로 드러났다.
사고현장 설계.감리회사인 동부엔지니어링(주)에 따르면 사고 구간은 지난 97년 흙벽 양쪽에 버팀철제를 설치하도록 설계(버팀공법)됐으나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98년 8월 흙벽에 강선을 설치하는 방식(어스앵커 공법)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는 것.
시공사측은 "버팀철제 공법으로는 굴착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설계상 환기구 동편에는 토류벽이 없어 버팀철제를 설치할 경우 지반 하중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고 공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시공사 직원은 "공사구간 길이가 80m에 이르러 버팀공법이 어렵다고 돼 있으나 중간에 토류벽을 두고 버팀공법을 실시했으면 하중을 더 잘 견뎠을 것"이라고 말해 설계변경이 시공사측 편의 위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냈다.
또 사고 후 현장을 점검한 대구지하철건설본부측은 "붕괴사고 당시 토압에 의해 흙벽에 설치된 강선이 터져 밀려나왔다"고 밝혀 버팀철제 대신 강선(어스앵커)을 설치한 것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흙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강선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절단된 것으로 알려져 강선설치 시공조차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토목전문가들은 또 지하철 공사의 경우 당초 설계나 설계변경 때 정확한 지질성분 조사가 필수적인데도 2호선 공사구간은 흙성분 조사를 위해 뚫은 구멍 간격이 무려 100m에 이르는 곳도 있어 구간별로 세밀한 지반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 구간 역시 설계와 설계변경, 시공 등 모든 과정에서 지반성분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붕괴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시공사측은 사고 2주일전쯤 사고현장 환기구와 터널을 잇는 부분의 지반에 균열과 지하수가 많아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지하고도 해당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외면한 채 향후 공사구간에 대한 설계변경만 감리사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대구지하철건설본부는 24일부터 이틀동안 지하철 2호선 전 공사구간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벌인 뒤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金炳九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