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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이종태(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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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폐코발트광산에서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 본사엔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화나 우편물을 통해 수없이 전달됐다. 유족들은 한결같이 가족 1, 2명이 당시 대구·경북지역 어디에선가 군인·경찰에 의해 피살됐으니 지금이라도 국가가 진상 규명에 나서 사망 장소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전후 양민 학살과 관련, 유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정부는 '거창 사건' '4·3 제주도 사건' '노근리 학살'에 한해 관계 법령을 제정하거나 진상 규명에 들어갔을 뿐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그나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민 학살 사건들도 피해지역 주민들이 유족회 등을 결성, 장기간의 '투쟁'을 벌여 공론화에 성공했거나 해외 언론사가 기사화한 경우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북도의회가 양민 학살 진상 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국민보도연맹 관계자나 정치범에 대한 처형은 '국가 비상사태 하 통치권 행사'로 볼 수 있다고 해석, 상당수의 피학살자 유족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보도연맹의 경우 회원 대다수가 좌익세력과 관계없는 양민이었으며 핵심 좌익은 오히려 제외됐다는 학계 연구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결국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수십만명의 국민이 정당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가기관에 의해 처형당했다는 사실이 날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는데도 국가는 입장 표명조차 꺼려 '민주공화국'이란 국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50년만에 발견된 경산시 폐광산 유골은 한동안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부 민간단체들이 위령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가가 유골에 부여하는 법률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골을 함부로 수습할 경우 불법 암매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족은 "당시 학살이 5·16으로 은폐되면서 나타난 인권경시 현상이 70년대의 인권탄압과 80년 광주사태, 90년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각종 대형참사 등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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