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신 컴퓨터 믿다 망신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최첨단 컴퓨터로 무장한 미국 국립기상대가 한밤의 기습적인 눈보라에 완전히 손을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첨단기기에 우롱당한 예보관들'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국립기상대는 최신형 IBM 슈퍼컴퓨터까지 갖췄으나 전날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 일대를 마비시킨 폭설과 강풍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립기상대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컴퓨터 기상모형을 이용, 기상관측기구, 기상관측용 부표, 기상관측소, 기상위성, 기상관측선 등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자료를 분석해 최고.최저 기온, 습도, 기압골, 대기 이동 등을 척척 계산해 낸다.

기상대는 그러나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이하 현지시간)까지만 해도 25일 워싱턴 일원의 날씨에 대해 "눈이 약간 내릴 가능성이 40%이며 강설량은 1인치(2.54㎜)에 못미칠 것"이라는 예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듀이 월스턴 기상분석관은 25일의 러시아워 상황에 대한 24일 오전의 컴퓨터 분석 결과를 놓고 "국립기상대에서 10년동안 일하면서 본 가장 끔찍한 일"이라며 "(기상)모형들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기상대는 그나마 마침 이날 아침부터 가동에 들어간 최신형 컴퓨터의 자료를 토대로 결국 24일 밤 10시가 거의 다 돼서야 비교적 정확한 폭풍을 예보할 수 있었고 동부 해안지역에 대한 기상주의보들이 뒤를 이었다.

1인치도 안될 것이라던 강설량은 이미 "96년 이래 최악의 눈보라"로 변해 있었다.일부 전문가는 이에 대해 노스 캐롤라이나 등지의 폭설이 레이다에 비춰지고 있는 데도 기상대가 이를 묵살하고 지난 96년의 대폭설을 하루 이상 앞질러 예보한 컴퓨터 모형 에이터(Eta)만 과신하다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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