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유소 습격사건-경찰서를 털어라 설 연휴 경쟁

주유소와 경찰서를 털러 간 사나이들.

지난해 11월 나란히 개봉돼 흥행 경쟁을 벌였던 한국의 '주유소 습격사건'과 미국의 '경찰서를 털어라'가 2월 비디오가에서 또 다시 맞붙었다. 2월 비수기를 메울 '다크 호스', 설 연휴 팬들의 안방을 즐겁게 할 '야심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유소 습격 사건'(콜럼비아 출시.18세 관람가)은 깡패 4명의 하룻밤 동안의 주유소 습격 이야기다.

"왜 주유소를 터느냐?"고 물으면 자막은 "그냥"이라고 적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주고 받는 깡패들. "뭐 재미있는 일 없나?" "심심한데 주유소나 털지 뭐"

네명의 '양아치'는 노마크(이성재) 무대포(유오성) 딴따라(강성진) 페인트(유지태). 주유소엔 탐욕스런 사장(박영규)과 주유원 건빵과 샌님이 일하고 있다. 돈을 달라는 이들의 요구에 사장이 '오리발'을 내밀면서 습격은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자장면을 시켜 먹고, 기름도 넣어준다. 반항하면 인질로 잡고, 맘에 안들면 두들겨 팬다. 여기에 폭주족 검거에 나선 경찰과 철가방 조합원들의 복수극이 벌어지면서 평화롭던 주유소는 난장판이 돼 버린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홍콩 무협영화 '용문객잔'처럼 한 공간에서 뭔가 거대한 '사건'을 기다리는 모던 활극, 모던 웨스턴이다. 성냥불에도 터져버릴 것 같은 화기가 도사린 주유소는 금방이라도 갱단들이 들이 닥칠 서부의 조그만 카운티를 연상시킨다. 마지막 철가방과 갱단, 경찰의 활극은 웨스턴에서 곧잘 뿜어져 나오는 라스트신의 대 총격전이다.

습격에 대한 정당성 부족, 깡패와 경찰, 철가방들의 가공된 삼각관계, 사족같은 주인공들의 과거사 등이 어설프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도 괜찮고, 마지막 폭발 웃음과 인물 구성도 유쾌하다. '투캅스 3'의 김상진 감독작.

'경찰서를 털어라'(폭스 출시.12세 관람가)는 '리썰 웨폰'처럼 파트너의 우정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형사 코미디물.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웃음의 강도를 높였다.

마일즈(마틴 로렌스)는 동료들과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훔친다. 그러나 동료의 배신으로 신축 중인 3층에 보석을 숨겨놓고 검거된다. 2년의 형기를 마친후 보석을 찾아나선 마일즈앞에 놀라운 상황이 펼쳐진다. 신축 건물이 경찰서였던 것. 보석을 찾기 위해 그는 급기야 형사로 위장하기에 이른다.

마일즈는 강도질하던 동료를 돈으로 설득해 검거하고, FBI 마약 단속반과 함께 작전에 투입되는 등 베테랑형사가 되어간다. 특히 고지식한 백인 파트너 칼슨이 '가짜 형사' 마일즈를 닮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최근 감독으로까지 데뷔한 마틴 로렌스는 쉼없는 입놀림과 힙합 솜씨로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나쁜 녀석들'에서 윌 스미스와 황금 콤비를 이뤘던 흑인 배우. 감독은 '플러버'의 레스 메이필드.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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