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속의 향토농산물(4)-풍산농협 김치

김치는 주부의 손끝을 따라 천년 세월 변함없이 우리의 식탁을 지켜온 민족의 먹을거리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가 이제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애틀란타 올림픽과 프랑스월드컵에 공식 납품돼 지구촌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최고의 발효음식 이라는 찬사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편승,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고 일본이 특유의 상혼을 발휘, 종주국을 자처하며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지구촌 김치시장을 놓고 한·일 양국의 자존심 대결까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안동풍산농협(조합장 김기완)의 풍산김치공장이 (주)롯데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풍산김치공장은 지난 93년 문을 열었다. 주거환경 변화와 핵가족화, 여성들의 사회활동 확대로 김치 소비 및 제조 패턴이 바뀌면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상품화 요구 증대에 착안한 것이다.

풍산들녘의 배추는 아삭하고 달콤해 감칠 맛인데다 잡냄새가 전혀없어 날 것을 배 불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특히 무는 유명세가 더해 이곳 사투리로 '풍산 무꾸'로 불리며 김장철이면 외지상인들이 밭떼기로 사가기가 바빴다.

풍산김치 시제품은 93년 9월 15일 나왔다. 포기김치와 깍두기를 포함한 9종. 이어 11월부터 김장김치 주문생산을 시작하고 다음해 9월 공장을 최종 준공,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주원료인 배추는 1월부터 4월까지는 전라남도 해남산을, 8월과 9월은 강원도 고랭지산을 쓴다. 계절적으로 재배여건상 현지 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외 계절에는 조합원들과 전량 계약재배를 통해 현지 조달한다.

고추와 마늘은 안동산과 의성산을 사용한다. 유명산지의 1등품을 엄선, 사용한다. 수요도 해마다 늘어 95년 매출 20억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99년말 현재 생산·매출규모는 전국 14개 농협김치공장중 3위다.

풍산김치의 품질은 지난 97년 농림부의 전통식품인증과 ISO 9002 품질인증 획득, 98년 경북도 우수농산물지정, 99년 미군부대 식품위생검사 합격 등으로 검증받았다.

풍산김치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김기완 조합장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을 조금이라도 늦출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대일 수출 프로젝트로 (주)롯데 중앙연구소와 풍산김치는 공동사업 협약을 체결, 수출용 상품개발에 착수 했다. 가공식품분야 전문가들인 권익부 롯데중앙연구소장, 유재선 연구원, 석문식 농협대학 농산물가공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 김우성 풍산김치 생산과장이 주역.

수출품목은 식탁에 바로 올릴 수 있도록 알맞게 썰어 만든 양념김치다. 우리전통의 맛과 제조공정은 유지하되 일본인의 기호에 맞게 절임과 양념류 선택에 초점을 두고 개발한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하 154m 암반수와 국내산 배즙 3%, 천연어육(가다랑어) 추출액인 가쓰오부시액, 찹쌀풀, 마늘, 새우젓, 쪽파, 부추 등 14가지 갖은 양념을 버무려 만든 이 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수출을 위한 1단계 작업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 지난해 5월부터 서울과 부산지역의 3개 국내면세점에 출시하면서 제품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반응이 매우 좋아 5개월만에 수출길이 열렸다.

한국측 (주)롯데상사와 일본측 수입 유통업체인 소라모토 통상이 지난 연말까지 주당 10t씩 5억원어치의 수출계약을 맺고 10월 24일 최초로 6.6t을 선적했다. 상품명은 '맛김치'며 400g 용량. 기대했던 대로 일본 현지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이에 따라 롯데상사와 풍산농협측은 올해 수출목표를 500t(300만 달러)으로 잡고 1, 2년 이내 일본의 수입 김치시장 점유율 10% 수준인 1천만 달러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수호 공장장은 "일본 수출물량 확대의 1차 관건은 제품 유통기한을 현재 45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이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생산공정에서 배추 등 원재료를 저온 저장고에서 예비 냉동처리한 후 15℃ 이하에서 청결 세척하고 작업장 내부온도를 사계절 15℃ 이하로 조절, 유해 미생물 성장을 최대한 억제, 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위생문제도 매우 중요한 부분. 일본 수입상들이 가장 민감하게 검수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생산라인 내부를 외부와 완전 차단하고 출입구에는 에어샤워기를 비치, 인부들이 입실때 미세 먼지까지 털 수 있도록 했으며 작업장 전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분사식 염소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취향과 기호가 까다로운 일본인들의 지속적인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 400g 용량의 원형 플라스틱 용기를 다양한 형태의 사각형, 원통형 용기와 초소량·대용량 등으로 변형, 출시할 계획이다.

신개발 제품으로는 백김치류가 유력하다. 풍산김치측이 일본 수입식품 관계자를 초청해 생산제품을 선보인 결과 자신들의 기호와 가장 근접한 백김치에 많은 호응을 보였고 일본 현지 우동집과 같은 대중 음식점에서 밑반찬이나 후식으로 부담없이 내놓을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

풍산김치는 또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지바현에서 열리는 일본식품전시회(FOODEX JAPAN 2000)에 총각김치, 깍두기, 포기김치, 깻잎김치, 갓김치, 오잇백이 등 대표상품을 출품, 현지인 반응을 살펴 제3의 수출유력 상품을 선정할 예정이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pskimchi.co.kr)도 개설했다.

"수출에 걸림돌이 되던 난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과당경쟁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우성 생산과장은 국내업체들이 수출에만 급급, 김치 전통의 맛을 고수하지 않고 일본인들의 아사즈케(일종의 겉절이) 모방 제품을 만들어 우리상품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김 과장은 "김치의 국제규격(CODEX)안이 규격안이 규정한대로 '김치는 절인 배추를 주원료로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으로 구성된 양념과 젓갈, 찹쌀풀 등을 넣어 저온에서 발효된 제품'임을 인식하며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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