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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고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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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들이 외출하고난 뒤 집안에는 고요한 햇살이 내리고 있다. 문이란 문은 모두 열고 햇빛을 맞아들여 사물들에게 수인사를 시킨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잊고 지냈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대덕산을 넘어온 바람이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사물들에게 숨을 불어 넣는다. 바흐의 첼로곡 무반주 첼로 소나타 음량을 최대로 올린다. 방마다 저음이 넘나들며 빈 공간을 가득 채운 뒤 멜로디는 사라지고 고요 속에 스며든다. 직선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 먼지들이 별빛처럼 떠다닌다. 어떤 먼지조각들은 무지개 빛을 띠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처럼 비행한다.

정지한 채로 바라보면 모든 사물들은 살아있다. 내 목숨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팔을 벌리고 저들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다.

조화로운 평화의 나라.

어느 것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어느 것도 비난하지 않으며 고요한 물살처럼 서로를 향해 흐르는 곳. 장자는 이런 나른한 꿈 속을 나비처럼 날아다녔던게 아닐까. 건조대에 널린 빨래가 가볍게 바람따라 춤을 춘다.

대덕산 머리가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한 듯 고개를 들이밀고 산머리 돌던 구름 한조각이 슬며시 끼어든다. 첼로 저음이 가벼운 춤곡으로 바뀌며 실내가 수런거린다. 몇년째 베란다 구석에 버려진 듯 자리하던 작은 화분에서 물과 햇빛을 빚어 군자란이 핀다. 아이가 가져온 프리지아 화병에서 진한 말씀의 향기가 풍긴다. 귀 기울이지 않아도 심장 고동소리가 천둥처럼 울린다. 김용주.경북대 의대 교수.진단방사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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