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기계 서숲에도 朴木月詩碑

-시 '기계 장날' 전문.

청록파 시인 박목월(朴木月·1916~1978)을 기리는 시비(詩碑)가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서숲에 세워진다고 한다. 포항의 문인·주민들로 구성된 '시비 건립추진위'는 1935년부터 10여년간 경주의 금융조합 서기였던 젊은 시절, 기계금융조합에 근무하던 연인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곤 했던 바로 그 자리에 오는 5월 중에 건립할 움직임이다. 그는 당시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에 거주하면서 문학에의 꿈을 키웠다. 기계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그곳을 찾아가 연인과 함께 서숲을 거니는 낭만을 즐겼으며, 주막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시심(詩心)을 가다듬기도 했다.

질박한 향토적 서정, 경상도 사투리의 묘미를 극대화한 '기계 장날'도 그 시절에 얻은 시상을 가다듬어 빚은 시다. 박목월은 '북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이라는 찬사를 낳을 정도로 서정성이 빼어났다. 자하산으로 상징되는 자연에서 출발, 생활인 시절을 거쳐 죽음에 대한 달관(達觀)에 이르는 시적 여정을 보여주었던 그는 한국시사에 극도의 언어 절제와 자연 풍경을 윤색 없이 포착하는 미덕을 남겼다.

지금 그는 경기도 용인의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다. 태어나서 20대까지 살았던 건천의 옛집은 작고하던 해에 헐려버렸다. 그러나 그의 문학을 기리는 시비는 경주 보문단지, 서울의 한양대·건국대와 당주동·적선동, 부산의 낙동강 제방, 제주의 조각공원 등 전국 곳곳에 건립됐고, 경주 황성공원에는 '얼룩 송아지' 노래비가 서 있다. 서숲의 시비 건립 소식은 이 봄날에 만개한 꽃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인 향기를 안겨 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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