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거부해온 것은 강대국 저자세 외교의 표본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아무리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받아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해도 그렇지 종교지도자 한 사람 초청하는데까지 남의 나라 입장을 고려한대서야 주권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비춰볼 때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정빈(李廷彬) 통상외교부장관이 탕자쉬안 중국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달라이라마 입국거부 조치에 대해 한국 불교계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어쩔 수 없이 그의 입국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자주외교 측면에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달라이라마의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해왔던 정부가 사실상 그의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인만큼 우리에겐 때늦으나마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지난해 서울대 불교학생회에서 초청한 이래 지금까지 네차례나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고 급기야 국내의 불교단체와 학생단체는 물론 타 종교계까지 가세, 정부의 지나친 대(對)중국 저자세 외교를 비난하고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은 그만두고라도 지금까지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달라이라마 입국 거부 자세가 인권외교를 내세우는 김대중 정부의 대외정책에도 맞지 않는 점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개인자격으로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허용, 이미 10차례나 드나들었고 미국 또한 개인 자격의 입국을 받아들이고 있다.그럼에도 유독 우리만 "달라이라마 입국은 정치 문제"라고 고집하는 중국측 주장에 동조, 입국을 막는 것은 지나친 강대국 저자세 외교라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측 입장으로서야 티베트 자치(自治)를 요구하는 달라이라마가 달가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종교 지도자를 초청, 설법을 듣겠다는 한국 불교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달라이라마의 초청은 단지 종교 행사일 뿐이다. 그런만큼 남의 나라 종교행사를 두고 정치적 행사인양 오도해서 감놔라 배놔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측의 태도에 대국(大國)의 풍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기왕 달라이라마 입국 허용 방침을 밝힌만큼 의연하게 이 문제를 밀고나가 자주외교의 면모를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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