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시의 큰 형다운 태도가 아쉽다

2일 오전 11시30분 제17대 채병하 회장 취임식이 열린 대구상의 11층 대회의실. 축하의 마당이어야 했지만 대다수 참석자들의 얼굴은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특히 당사자인 채 회장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이날 행사의 가장 큰 주빈인 문희갑 대구시장이 참석 안한 탓. 문 시장의 불참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축사를 하기로 돼 있던 이의근 경북지사도 행정부지사를 대신 보냈다. 대구시는 부시장이나 다른 간부도 일절 보내지 않아 잔치집 분위기이어야 할 취임식장은 더욱 썰렁했다.

이런 상황은 사실 취임식이 열리기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대구시는 회장 불출마를 공개 선언했던 채회장이 돌연 출마 의사를 표명할 때부터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구시의 간부 공무원들은 공.사석에서 대구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밀라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대구시와 마음을 맞출 수 있는 인사가 상의 회장이 돼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

대구시의 입장이 이런데도 채 회장이 다시 나서 표대결에서 이겼으니 대구시의 심사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희갑 시장처럼 일욕심 많은 사람이 상의회장과 마음 맞춰 대구 경제 한번 일으켜 보겠다는데 그만 의도가 빗나가 버리고 말았으니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문 시장의 기분이 오죽했겠는가.

그러나 대구시가 간과한 것이 있다. 시가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구시의 지지를 받는다는 소문이 나돈 인사는 표대결까지 가서 패배했다. 아무리 대구시가 지지한다고 해도 경제계의 수장으로는 못뽑겠다고 하는 경제인들이 더 많았던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채 회장이 경제인들의 지지를 더 받는다는 사실이다.

상의 회장 선거는 끝이 나고 밉든 곱든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인사가 회장이 돼 있다. 이것을 지금 물릴 수는 없는 일이다.

대구시는 대구 경제 발전을 위해 상의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려면 상의를 껴안아야 한다. 언제까지 배척만 할 것인가. 대구시의 대승적인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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