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글---잘---쓰---고---"이 짧은 말을 하는데 1분 가까이 걸렸다. 지난 달 치른 고졸 검정고시에서 합격한 조경호(35.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쓰지 못하고 표현조차 힘겨웠지만 소리도 없는 그의 미소는 너무나 해맑았다.
태어난 지 100일만에 병원 치료를 잘못 받아 장애를 앓은 지 만35년. 학교는 커녕 집 밖으로 나가기도 힘든 몸이지만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30년을 방 안에서 살아온 그가 대학진학을 생각한 건 글을 제대로 써 보고 싶어서다. 글쓰기는 행동도 말도 자유롭지 못한 그가 다른 사람과, 사회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는 입으로 글을 쓴다. 펜으로 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심한 장애. 8년쯤 전 타자기를 갖게 되면서부터 나무젓가락으로, 도장용 나무로, 종이에 글자를 '만들어'냈다. 할머니가 파출부 일을 하면서 어렵게 모든 돈으로 사준 것이다.어머니는 그의 장애가 열살이 넘도록 호전되지 않고 의학적으로 치료불가 판정이 내려지자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한 신경염으로 10년 넘게 고생하다 10여년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와 어머니의 병구완에 가계는 몰락하고 아버지와 세 명의 동생은 뿔뿔이 살길을 찾아 흩어졌다. 그의 유일한 보호자는 올해 83살의 할머니 백봉선씨. 먹고, 씻고, 옷 입고, 대소변까지 모든 일을 할머니가 해 준다. 검정고시 원서도 할머니가 써서 낸 것이다.
검정고시를 치기 위해 할머니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진땀을 흘렸고, 시험장에서는 택시기사도 거들었다. 시험은 감독교사가 도왔다. 교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입에 문 연필로 문제지에 답을 표시하면 답안지로 옮겨적는 일이다.
합격하기까지의 감회를 묻자 그는 컴퓨터를 켰다. 서울 뇌성마비 복지회에서 보내줘 배우게 된 컴퓨터. 한참을 자판에 엎드려 입으로 키보드를 힘겹게 찍어나간 끝에 '나를 지켜봐 주세요'라는 파일이 열렸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성장기와 앞으로의 소망이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 고개를 돌리는데 방 한켠에 병원비 독촉장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때 덜 낸 병원비를 매달 2만원씩 지금도 내고 있는 것이다. 수입이라고는 구청에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보조금이 전부인 그들에게 월 2만원은 너무나 가혹해보였다.
독촉장을 보면서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각박한 세상 인심을 탓하기보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와 자신을 이어주는 끈이라도 되는 양 미소까지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대---학---준---비---"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할머니는 눈가를 적셨다. "글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한 시간도 안 돼 땀에 흠뻑 젖어요. 대학 가려고 공부하는데 또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차라리 포기하면 좋겠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못내 대견한 듯 손자의 얼굴을 자꾸만 쓰다듬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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