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렇게 생각합니다-교사로서의 학부모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뿌리깊은 병폐 가운데 하나가 '학교주의'다. 학교주의란 '교육은 오직 학교에 의해서만 주도된다'는 강박의식을 말한 것인데, 이런 사고는 학교교육만을 교육의 정도(正道)로 믿으며 다른 영역의 것들은 학교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이런 '학교주의'가 빚어낸 심각한 문제는 '교사는 곧 학교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아이들 곁에서 진짜 교사 노릇을 해야 할 부모와 어른들이 교사로서 지녀야 할 의무와 권리를 아예 생각조차 않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학교주의'를 벗어나 교육을 생각해보면 이제껏 교육의 현장으로 여기지 않았던 곳들이 갑자기 활발하고 왕성한 배움과 가르침의 현장으로 바뀌어 버린다.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사회와 자연세계 모든 곳이 학교임을 아이와 함께 하루라도 있어보면 당장에 알 수 있다. 그러니 학교 선생님에게만 떠넘겼던 교사의 자리를 모두가 나서서 자기 몫을 되찾아야 한다. 적어도 배움이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믿는다면, 학교 못지 않게 가정과 사회에서도 소중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는다면, 나아가 삶의 순간순간 모든 장면에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는다면, 그렇다면 자신이 바로 교사임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분명히 그들의 환경인 어른들을 보고 배우고 있으며 부모라면 더욱 그러함을 알아야 한다. 교사인 부모를 통한 배움은 어느 누구를 통한 것보다 뿌리가 깊고 전면적이다. 학교 교사만을 교사로 보지 말고 모두가 교사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그런 의식 전환을 빠뜨린 채 이뤄질 수 없다. 모두가 아이 앞에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적으로 교사가 되어버린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는 교사로서 살 작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자. 말로 가르치려 들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바로 참된 배움의 길이다. 교육이 '삶' 속에서 이뤄진다면, 살아가는 모든 장면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교사이며 알든 모르든 끊임없이 교육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행동과 생활의 모습에서 내 가치관을 그대로 보고 배워라"하고 말하는 셈이다.

김희동(배움의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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