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김영삼 전대통령과 단독으로 만찬을 함께 하며 무려 2시간 45분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날 김 전대통령은'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김 대통령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
이날 김 대통령은 영접시에는 이례적으로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았고 배웅시는 현관까지 나와 차가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는 등 깍듯이 예우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에 들어가기 앞서 김 전대통령의 미국방문과 건강에 대해 10분간 환담을 나눴다.
김 대통령은 "참 건강하시다. 우리는 절반도 못따라 가겠다"면서 "전국의 산이란 산은 안가본 곳이 없겠다"고 말하자 김 전대통령은 "한라산, 지리산 등 안가본 곳이 없다"면서 "광주 무등산은 낮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무등산이) 가파르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전대통령이 다시 "나는 가파른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기분이 좋다"면서 산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만찬에 들어가기 전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10분가량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설명했으며 이어 바로 1시간30분 동안 부부동반 만찬을 함께 한 뒤 접견실로 나와 단독으로 1시간 15분가량 회동했다. 이날 전체 회동시간은 2시간45분으로 김 대통령으로서는 취임이후 가장 긴 독대였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김 대통령'으로 호칭했고 김 대통령은 손명순 여사에게도 영부인이란 표현을 썼다.
이 자리에서 김 전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한 뒤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기탄없이 얘기했다. 김 전대통령은 독재자라고 한 이유와 자신에게 섭섭한 점을 열거했으며 김 대통령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느냐"면서 동지애를 표한 뒤 서운하게 느끼게 한데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이 끝난 뒤 결과에 대해 청와대와 상도동 측은 별도로 발표했다. 상도동측 대변인인 박종웅 의원은 김 전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매우 소상하게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김 대통령은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과거의 우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또 김 전대통령은 상도동자택에 도착한 뒤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도 많이 해서 목이 다 쉬었다"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했다"고 소개했다. "회동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죠. 뭐. 만족하죠"라고 답변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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