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의원 후보 단일화 지역의원들 '고심'

한나라당의 대구·경북 의원 및 당선자들이 17일 당내 부총재 경선 문제와 관련된 입장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대구와 경북이 따로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모임을 가진데서 엿볼 수 있듯 해법찾기에 적지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인만을 기표하는 연기명식 투표에서 강재섭·박근혜·이상득 의원 등 세 명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양 측은 입장 정리가 되는 대로 조만간 전체 모임을 갖고 지역의 단합을 모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의원들은 이날 강·박 의원간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어렵지만 막판까지 접점을 모색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이 이날 광주 방문 일정을 이유로 불참, 논의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윤영탁 당선자는 "단일화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이들 후보가 다른 지역에서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검증, 막판까지 조정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국 의원도 "표를 나눠준다고 두 후보가 모두 당선된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라며 "다른 지역 후보와 연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단일화를 촉구했다.

반면 이해봉 의원은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뒤 "한 표씩 나눠 지지한 뒤 두 후보가 다른 지역을 상대로 각개약진식으로 득표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승홍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는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열망이 표출된 것인 만큼 이에 헌신적으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한다는 원칙을 세우자"고 입장을 밝혔다.

경북 의원들은 이 의원이 단일 후보로 추대된 만큼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 아래 구체적인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일각에선 강·박 의원을 포함, 세 명중 최소한 한 명은 용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후보 조정 문제도 거론됐다.

박헌기 의원은 "대구와 공조하려 했으나 후보 단일화가 안된 만큼 경북 지구당 위원장들이 책임을 지고 나머지 한 표를 다른 지역 위원장 측과 연대함으로써 득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인배 의원 등은 "대구·경북에서 후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 표가 대구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른 지역과의 연대가 어려워 세 후보중 최소한 2명은 낙선할 수 있다"며 "한 명 정도는 지역을 위해서 경선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창화 의원은 "이 의원을 후보로 합의 추대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지를 생각하면 막막하다"면서 "오늘 논의를 토대로 조만간 대구 측과 모임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했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