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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심판에 승패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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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대그룹측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해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일단 현대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정주영 명예회장의 실질적인 퇴진이나 가신경영인들의 교체, 우량 계열사 매각 등 주요 내용이 빠지면서 정부와 채권단이 한목소리로 거부할 것이 예상됐으나 뜻밖에도 외환은행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여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외환은행이 무엇이든 현대로부터 추가적인 구조조정 약속을 받아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으나 외환은행측이 밝힌대로 현대측이 지금 당장은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없는 것으로 보여 가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유동성 문제는 신뢰의 문제=현대의 주채권은행이나 현대그룹측은 이번 위기의 시발점인 현대건설이나 현대상선의 경우 채권단이 조금만 지원해주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나 채권단의 지지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을 때의 이야기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금지원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현대가 계열사들을 온전히 끌고갈 수 있을 지는 분명치 않다.

지난 4월말 그룹 전체의 당좌대월한도 소진율이 20% 정도에 불과했으나 건설과 상선 두 기업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돌지 않는 바람에 이를 대출로 갚아내느라 한달만에 전체 그룹 한도 소진율이 50%로 올라간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건설과 상선의 소진율은 이미 90%대를 넘고 있어 기업어음 등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시장이 누구의 편을 드느냐가 문제=28일 상황까지만 본다면 정부에서는 현대의 구조조정안이 턱없이 미흡하다고 평가절하한 반면 채권단은 받아들일 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며칠내로 안정을 찾는다면 현대는 채권단의 지원에 힘입어 정부가 지적하는 문제들을 피해간 채 계열사들을 끌고 갈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문제는 다르다.

문제는 과연 외환은행의 이같은 반응이 정부와는 전혀 의견조율을 거치지 않은것이냐는 데 있다.

정부가 예상되는 시장의 혼란을 우려해 못이기는 체 현대측의 자구안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현대의 손을 들어준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의 심판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게 됐다는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현대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현대는 의외로 힘을 얻어 버티기를 계속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미 여론몰이에서 주도권을 잡은 정부가 현대에 밀려 기존의 주장을 굽힐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나=정부와 현대, 채권은행들이 눈치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만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 기회에 구태의연한 현대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려 하고 현대는 시장이 현대의 몰락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버티기를 시도한다면 시장참여자들은 본의 아니게 볼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현대가 양보없이 충돌만 계속할 경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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