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진 빚, 죽기전에 꼭 갚아야 한다"지난 25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 제내리 못안마을은 고향을 찾은 할머니로 인해 '세상에 이런 복받을 일이 있느냐'며 동리 사람들이 모여 얘기 꽃을 피웠다.
이 할머니는 전남 화순군에 사는 유모(74)씨로 남편(이승조·78)의 유지를 받들어 고향친구에게서 입었던 은혜를 갚기 위해 40만원을 들고 온 것이다.
유씨에 따르면 36년전 남편이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도망가듯 고향을 떠날 때 팔리지도 않을 촌집을 사겠노라 당시의 돈 40만원을 쥐어주며 "잘 살아야한다"고 정을 베푼 친구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남편은 형편이 여의치 않자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평생 가슴속에 묻어오다 운명 직전'고향친구에게 진 죄를 꼭 갚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
안타깝게도 그 친구(정씨·77)는 이미 6년전 고인이 되었고 그 자식들이 성의에 고마워 따뜻한 마음으로 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세상이 변해 옛 이씨의 집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현재 시가로는 2천여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훈훈한 정을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베푼이도 고맙지만 은혜를 갚으라며 유언을 남긴 사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령에 찾아온 마음을 각박한 세상이 배워야 할 것"이라며 박수를 쳤다.
유씨 할머니는 남편 친구의 자식들이 쥐어준 성의의 여비도 끝내 거절하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며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를 고향을 뒤로한 채 돌아갔다.
-합천·鄭光孝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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