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해 헷갈리고 있다.
남북 정상 회담에 따른 '북한 충격'이 확산되고 있으나 학생들은 일관된 통일 교육을 받지 못한데다 이번 회담 자체에 대한 교육도 학교와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기성세대보다 더 심각한 가치관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남북화해 시대에 걸맞은교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국가보안법 등 법적인 한계를 감안, 북한 관련 교육 자체를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상황 변화에 따른 교재 마련과 교육 기준 설정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지난13일 대구 시내 각급 학교의 분위기는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대구고, 지산중 등 일부 학교에서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면이 TV를 통해 교실에 방영됐으나 대부분 학교에서는 정상 수업이 진행됐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사회, 도덕 교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TV시청 제안이 교장, 교감에 의해 묵살돼 '계기 수업' 활용이 극히 미흡했다.
14일 각급 학교 학생들은 정상회담을 지켜본 '충격'으로 하루 내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으나 일부 교실을 제외하고는 소감 발표, 토론 등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영수(ㄷ중3년)군은 "왜 독재자 김정일과 우리 대통령이 만나는지, 우리보다 못 사는 북한과 뭣하러 통일 하려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어느 선생님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화여중 박영균 교사가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대구 중.고생 1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이 56%나 됐다. 이들은 최근 수년 새 일어난 잠수정 사건, 서해 교전 등 전쟁 위협과 북한의 식량부족 등을 보면서 통일의 가능성은 물론 필요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박교사는 "그러나 실제 두 정상이 만나는 장면과 평양의 모습이 TV로 생생하게 전달된 이후 심각한 인식 혼란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며 "향후 본격 교류가 진행되면 학생들의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실에 맞는 교재나 교습 방법은 전혀 개발.보급되지 않고 있어 어제까지 반공 글짓기와 땅굴 견학을 하던 학생들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충격 속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칠곡초등 박근자 교사는 "급변하는 남북한 관계에 비해 학교 현장은 아직도 냉전시대 논리에 머물고 있어 난감할 때가 많다"면서 "교사들이 제대로 통일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