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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남북 정상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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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귀족들은 회의장에 나올 때 검소한 '장삼'을 즐겼다고 한다. 화려한 보석을 단 성장보다는 길게 드리운 가운 같은 옷을 입고 어깨까지 훤히 드러냈다. 로마인들은 왜 굳이 장삼에 그토록 집착했던 것일까. 알고 보면 내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장에 나가 '영광스럽게 입은 상처'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검소한 옷차림에 대한 일화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죽림칠현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진(晉)나라의 유령(劉伶)은 술과 시를 사랑하여 '고주망태'로 불리기도 했으며, 옷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집에서는 윗옷을 벗고 살다시피한 그는 지체 높은 인사가 집을 방문했을 때도 그대로 태연하게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평양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이뤄내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옷차림에 대한 평가가 화제를 낳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14일 두 정상의 옷차림이 표범 가죽을 이용, '튀는 옷'을 즐겨 입었던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의 패션에 비교할 정도로 비하했다.

이 신문은 두 정상이 서로 호의를 보였지만 패션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대의상을 연상시키며, '양배추 인형'과 닮았다고도 꼬집었다. 김 대통령에 대해서도 뻣뻣한 50년대식 정장과 그리 높지 않은 구두 등으로 너무 딱딱한 스타일이었으며,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지구촌의 시선이 두 '스타'에게 꽂히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보도지만 서구의 일방적 잣대로만 무리하게 평가하고,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희화화하고 비하한 것은 아닐까. 셔츠를 내의 속에 집어 넣는 습성 때문에 '영국에서 옷을 가장 못입는 남자'로 꼽혔던 존 메이저 전 총리에 대한 토픽이 새삼 떠오른다. 그의 그런 '무감각'이 대영제국의 총리로 성장하게 하는 바탕이 됐을는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옷이 능력의 기준은 아닌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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