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에 서명된 '6.15 남북공동선언'은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된 남북관계의 기본틀을 화해.협력으로 전환하는 분단 민족사의 일대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5개항으로 구성된 이번 선언은 남북의 정상이 반세기 분단 역사상 첫 직접대좌를 통해 도출된 합의라는 점에서 과거의 남북간 선언이나 합의서와는 달리 새로운 민족화합의 역사를 열어나가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두 정상은 가장 미묘한 통일문제에 대해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키로 함으로써 지난 72년의 7.4공동선언과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통일 문제 해결의 주체를 우리 민족으로 설정했다.
특히 남북이 이견을 보여온 통일의 방법론에 대해 김 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주창해온 남북연합 구상과 북측의 연방 제안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통일 해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된다.
따라서 향후 남북의 정부 및 민간 학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통일 청사진을 도출하기 위한 세미나와 토론 등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통일론은 양측의 제안을 '한 그릇'에 담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앞으로 어떻게 추진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김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공식 방문키로 선언문에 명시함으로써 남북 정상의 교환 방문 길을 열어놓은 것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아울러 이산가족의 재회를 위한 방문단을 다가오는 8.15 광복절에 맞춰 교환키로 한 것은 분단과 민족 대립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혈육간 이산'의 고통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치유한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다.
북한이 송환을 주장해온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키로 한 것도 우리측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 요청을 북측이 수용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볼 수 있다.또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낙후된 북한 경제의 재건에 남측이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을 천명했으며, 정치체제와 무관한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 다방면에 걸쳐 공동번영과 신뢰구축을 조치를 실천해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특히 이런 제반 화해.협력 방안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당국간 대화를 개최키로 한 것은 양측이 민간분야의 협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책임있는 정부 당국간 대화채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간 첫 정상회동에서 이런 내용의 획기적인 합의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일관되게 펼쳐온 대북포용정책의 성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중에도 북측 지도층에게 '햇볕정책'이 북한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남과 북이 함께 발전하고 번영하는 이른바 '윈-윈'정책이라고거듭 설명해왔다.
또한 김 대통령의 이번 평양방문과 공동선언은 그동안 '은둔의 지도자'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을 국제무대 전면에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는 동시에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킴으로써 북.미수교와 북.일수교를 가속화시키고 동북아 질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측이 경제협력의 본격화를 위해 제의한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문제는 향후 당국간 논의과제로 넘겨지게 됐다.
또 남북 정상간의 6.15선언으로 향후 남북간에 다양한 대화와 접촉, 교류가 이뤄질 것이 확실하지만 장기간 분단으로 형성된 이질감을 극복하고 원활한 협력 구조가 정착되려면 1차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조속히 이뤄지는 등 남북 지도자간의 흔들림없는 협력.화해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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