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자들 진료병원 찾기 '발동동'

거의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았다. 종합병원들은 화급한 경우 외에는 새 환자를 받지 않고, 개인의원들 역시 모두 셔터를 내렸다. 우리나라 의료 100년 사상 전례 없는 의사들의 집단 폐.파업이 20일 강행됐다.

종합병원에선 전체 진료 인력의 2/3를 차지하면서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일반병실 등을 도맡아 지키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이날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지역 개인의원 의사들은 오전에 구.군 의사회 별로 관할 보건소측과 승강이를 벌인 끝에 폐업계를 제출하고 집단으로 문을 닫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그래도 환자를 지켜야 한다"며 문을 연 역내 의원은 전체 1천97곳 중 10여곳에 불과했다.

갈곳이 없어진 환자들은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사들은 환자 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듯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80병상에 입원자가 32명 밖에 없어 20일 오전 현재 환자를 더 받을 여력이 있는데도 이런 사정이 소문날까봐 쉬쉬했다. 오전 7시50분쯤에는 20대 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해 도착했으나 병원측은 응급환자가 아니라며 다른 병원으로 돌려 보냈다. 폐암 수술환자 윤재환씨는 일반병실 이동을 권유 받고도 이곳이 낫다며 응급실 체류를 고집했다.

가톨릭병원에서는 오전 8시20분쯤부터 환자가 몰리기 시작했으며, 파티마병원에서는 지난 밤 사이에 출산과 응급수술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파티마병원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개인의원에서 파업을 이유로 조기 유도분만과 제왕절개를 요구해 뿌리치고 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병의원 폐.파업 사정을 모르고 병원을 찾는 예약환자들도 여전히 많아, 곳곳에서 진료를 둘러싸고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태가 2,3일 더 계속되면 모든 진료체계가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의과대학교수들은 22일까지 정부의 조치가 없을 경우 교수직 사퇴와 함께 진료에서도 손을 떼기로 결의한 상태여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응급의료부문까지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앞서 19일에는 폭증한 환자 때문에 약타기 전쟁이 벌어졌다. 평소보다 2, 3배 많은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상당수 환자들은 10시간 이상을 기다리고도 약을 타지 못하고 귀가 했으며 20일 오전 다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한편 대구시내 의사회 간부,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 등은 19일 밤 연석회의를 갖고 휴폐업 방침을 최종 확인했으며, 의대생들도 이날부터 수업 거부에 들어갔다. 반면 정부는 20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도 오후 2시에 특별소집됐다.

趙珦來.李鍾均.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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