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의약분업이 강제 시행된 첫날, 이에 반발해 재파업까지 논의하던 동네의원 상당수는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적잖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되돌아 갔다.
취재팀이 무작위로 전화 체크한 대구시내 동네의원 10곳 중에선 6개 의원이 문을닫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일부 의원에선 "원외 처방전 발부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은 물론 처방지 조차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폐파업문제가 아니더라도 원외처방전을 발부하지 못해 불이익 당하는 것 보다는 휴가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명동 ㅅ이비인후과 원장은 "원외처방 전용지나 전산시스템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의약분업 참여는 불가능하다"며, "일주일 정도 쉬면서 차츰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중구 종로 ㅇ내과 원장은 "의약분업은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며, "준비도 안됐고 그냥 휴가나 떠나서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허탈해 했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오늘 이후엔 병의원에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으면 15일간의 영업정지를 당하게 돼 있다. 때문에 원외처방 준비가 안된 대다수 의원들은 집단휴가를 통해 이러한 위기를 벗어 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범어동 ㅇ이비인후과 원장은 "이번달 이내에 휴가를 가면 영업정지는 면한다고해 당장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내가 아는 모든 원장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원외처방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찮아, 동네의원에서만도 600만원 상당이 들고 그 후의 관리비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열악한 형편에 있는 동네의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봉덕2동 ㄱ이비인후과 원장은 "병원 재정이 심각해 전산 프로그램 설치는 지금 생각도못한다"며, "휴가를 갈까, 불복종 운동에 동참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임시취재팀
의약분업 여파...약사들 귀하신 몸 됐다
"약사 어디 없습니까?" 의약분업의 전면적 실시로 약사들이 귀하신 몸이 됐다.원외 처방전 발행으로 종합병원 약사들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정은 전혀다른 것. 종합병원들엔 오히려 약사 더 구하기에 비상이 걸려 있을 정도이다.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약사 정원이 32명이지만 지금은 17명만 남아 있다.
대부분 인근 대형 약국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개인 사정으로 병원을 떠났다. 이런가운데 외래환자용 조제 업무가 없어지긴 했지만, 원외 처방전 지도, 복약 지도,주사약 조제 등 약사의 업무는 거의 줄지 않았다고 병원측은 말했다. 때문에 신규약사를 충원키로 했지만, 얼마나 많은 약사들이 원서를 낼지 자신이 없다.
영남대병원도 비슷한 사정. 약사 정원이 30명이지만 지난 해부터 약사들이 사표를내기 시작했고, 빈 자리를 채워줬던 계약직 약사 3명도 재계약을 않고 병원을 떠나 22명의 약사만 남았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혹시 바깥 약국에서 약사를 더빼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형병원들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대형 약국들 역시 약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24시간 원외처방전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최소 3~6명의 약사를 확보해야하는 실정. 하지만 쉬고 있는 약사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게 이들 약국의고민이다.
이처럼 약사난이 가중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올초 약대생들의 집단유급과 약사고시 거부로 1천명 이상의 약사가 새로 배출되지 않은 것. 또 대구시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 구조조정으로 골목약국 약사들이 대형 처방전문 약국으로 옮겨야 하지만, 되레 동네약국 살리기 운동을 하는 등 골목약국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도약사난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약사 국가고시가 시행될 때까지는약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병원 약사와 함께 의약분업으로 타격을 입으리라 예상됐던 개인의원 약 조제 인력(간호조무사)들은 예상대로 많은 희생을 감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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