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 남과 북으로 갈라져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해온 혈육들이 마침내 부둥켜안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과 평양에서 헤어진 부모.형제.자식을 만나기위해 13일부터 서울에 집결해 있는 이산가족들은 모두들 "벌써부터 가슴이 쿵쿵뛴다"며 만남의 설렘에 한껏 들떠있다.
이들은 저마다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들은 다시한번 챙겨보며 50여년전 기억의 저편에 가물대는 어린시절의 고향산천을 더듬었고, '어떻게 변했을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그동안 어찌 살아왔는지' '친척들은 무고하신지' 주마등처럼 스치는 생각들로 밤새 뒤척거렸다.
지난 85년 이후 두번째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북쪽 이산가족 100명은 15일 오전 10시쯤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한시간 뒤 김포공항에 도착해 여장을 푼 뒤 오후 4시 서울 코엑스(COEX)전시관에서 남쪽 가족들과 첫 만남을 가진다.
남쪽의 100명도 낮 12시 북쪽 이산가족을 싣고 내려온 비행기를 타고 순안공항에 도착, 비슷한 시각에 평양 고려호텔에서 가족들을 집단상봉에 들어간다.
이에 대비해 평양을 방문하는 대구거주 4명의 이산가족들은 13, 14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으며 서울에서 북쪽 가족을 만나는 대구 4명의 가족들도 13일 오후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방북안내 교육에 참가하고 있다.
김창환(8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지난 51년 1.4후퇴때 생이별한 아내와 딸을 만나기위해 13일 오후 현재의 부인과 함께 일찌감치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고 "여든 줄을 훌쩍 넘긴 북의 아내와 많이 늙었을 큰 딸을 알아볼 수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북에 처자식을 두고온 최성록(78.서구 비산 1동)씨는 북쪽 아내와 자식들에게 줄 영양제와 비상 구급약, 금반지, 시계, 겨울 옷가지 등의 선물과 남쪽에서 새로 마련한 가족의 사진을 꼼꼼하게 챙겼다.
최씨는 "아내에게 그저 용서를 빌고 싶을 뿐"이라며 "3박 4일 동안 가슴 한 구석에 묻어 두었던 한을 하나하나 풀겠다"고 말했다.
언니를 만나러 북녁땅을 밟는 강성덕(71. 달서구 진천동)할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기신 등걸이(털조끼)를 선물로 준비, 12일 오후 동생과 아들, 며느리 등과 서울로 떠났다.
또 북에서 내려오는 남동생을 만나는 양용생(75.수성구 상동)할머니는 13일 경기도 성남시 막내 남동생 집에서 4남매와 함께 선물준비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서울에서 북의 동생을 만나는 김치려(74.북구 태전동)씨는 가장 소중한 선물로 아버지의 사진을 준비했다.
김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구역에 나가 동생의 귀경소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식을 전하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둘째누나를 만나는 최재구(65.달성군 서재리)씨, 여동생을 만나러 고향땅을 밟는 김각식(71.달성군 다사읍)씨, 남동생을 만나는 권옥남(68.달서구 월성 2동)할머니 등도 선물과 가족사진을 준비하면서 이미 50년 분단의 벽을 뛰어넘고 있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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