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만에 받은 印稅 50만원

북한에서 온 국어학자 유열(82)씨는 16일 서울시내 관광에 나섰다가 월북전 자주 드나들던 서점 주인과 뜻밖의 해후를 했다.

유씨를 찾은 사람은 해방전부터 종로구 관훈동에서 통문관이란 고서점을 하던 이겸노(90)씨. 이씨는 유씨를 만나기 위해 북측 방문단이 도착하기 1시간전부터 롯데월드 민속관앞에서 기다리다가 정문을 들어서는 유씨를 발견하자 "나 통문관 주인이오. 알아보겠소"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유씨는 기억을 더듬다가 "아…기억이 납니다. 너무 늙으셨어요"하며 이씨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유씨는 해방후 고려대 강사를 하면서 통문관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이씨는 유씨의 국어학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등 적지않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이씨는 유씨에게 불쑥 '농가월령가' 2권을 내밀었다. 지난해 유씨가 펴낸 책에서 농가월령가 주해부분을 사전 동의없이 인용해서 펴냈다는 것이다. 책과 함께 이씨는 50만원이 든 봉투도 전달했다. 인세인 셈이다.

유씨는 이를 받아들고 "북과 남이 갈라섰지만 힘을 합쳐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하시오"라고 화답했다. 이씨는 지금도 종로구 인사동에서 치마바위 산방이라는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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