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산상봉 후유증

북의 혈육을 만난 이산가족들이 생이별 50년만의 감격과 흥분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이를 가족과 친지들에 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일부는 상봉의 충격과 새로운 그리움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상당수는 분단 반세기만의 짧은 만남이 가져온 혈육의 정을 곱씹으며 돌아가신 부모와 형제자매, 조카들의 사진을 펼쳐놓고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북한 한글학자인 아버지 유 렬(82)씨를 서울에서 만나고 돌아온 인자(60.부산시 연제구 연산4동)씨는 상봉의 충격으로 한번도 거르지않던 교회 새벽기도를 빼먹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 남동생(68)을 만나고 돌아온 선우춘실(72.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씨는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만난 뒤 긴장이 풀리면서 감기몸살로 몸져 누워있다.

평양에서 여동생 정숙(63)씨를 만나고 온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는 서울 도착 즉시 집으로 돌아온 뒤 아내(신무생.62), 2남1녀의 자녀들과 손자, 손녀, 며느리와 함께 사흘째 북의 가족과 평남 북청의 고향얘기로 밤새는줄 모르고 있다.

김씨는 대구 도착 즉시 동향의 실향민들로부터 축하와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오는 26일 '대구지역 함경남도도민회 모임'에서 달라진 평양의 모습과 3박4일간의 여정, 북한에서 느낀 감회 등을 전할 계획이다.

평양에서 언니 순덕(75)씨를 만나고 서울로 돌아온 강성덕(71.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씨는 가족, 친지들에게 언니소식을 전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남동생과 양평 큰언니 집을 두루 다니다 20일 밤늦게야 대구에 내려왔다.

평양에서 아내 피현숙(79)씨와 딸, 큰아들을 상봉하고 막내 영민(54)씨의 생존사실을 확인한 뒤 돌아온 김창환(8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대구의 둘째아들 영필(47)씨 집에서 자녀들과 고향얘기로 주말과 휴일밤을 꼬박샜다.

6.25때 죽었다고 생각했던 동생(도재린.67)을 뜻밖에 만난 예천군 용궁면 덕계리 도재익(78)씨는 "울기만 하느라고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나눈게 또 한으로 남아 밥맛이 없습니다"며 상봉 이후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빨리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돼 북의 가족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고 고향땅을 밟아 부모님 산소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북쪽 가족 재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회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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