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경제위기와 대북지원

최근 우리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그동안 너무 남북문제에만 매달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도외시했기 때문에 최근 우리 경제사정이 어렵게 되었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경제가 회복될 때까지는 남북경협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식량지원 등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런 정서와는 달리 최근 남북관계는 급진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상회담 후 3차례에 걸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인 김용순 비서의 한국 방문이 이루어졌으며, 경의선 복원공사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남북국방장관 회담이 제주도에서 열렸으며 남북 경제실무자 회담이 열려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와같은 남북관계의 변화는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 만약 남북관계가 지금의 일정대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중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거부감과 정상회담 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의 변화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며 신중한 대북 정책의 추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정상회담의 성과에 들떠서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독주를 할 경우에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대북 정책의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한 새롭고 합리적인 대북 정책의 추진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차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식량지원 문제는 여야의 정치 쟁점이 되고 있으며 지원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잦은 자연재해와 영농기술의 낙후, 그리고 비료사정의 악화 등으로 식량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최악의 가뭄과 태풍의 피해로 올해 식량부족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이런 사정을 고려할때 대북 식량지원은 인도적인 측면에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특히 6.15공동선언을 통해서 남북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대한 민족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의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발육을 하지 못하고, 여성들의 생리구조에도 이상이 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보고를 감안할때 북한의 식량문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도 어려운 실정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은 재정부담이 크고 국민적 거부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부담이 큰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독단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되며 국민적 동의 절차를 거쳐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대북 식량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내부적 합의도출을 위해서 이번 식량지원부터는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으며 이는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경협의 재원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대규모 식량지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재 남북간의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그리고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에 대한 북한의 자세변화가 요구된다. 식량문제와 1대1 연계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하나 대북 식량지원시 이를 북한에 요구할 필요는 있다. 대북 식량지원이 일방적 지원형태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때는 우리 국민들이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조급하게 북한과의 합의사항에만 집착하지 말고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서 보다 현실적인 대북 지원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상황으로 볼 때 쌀보다는 저렴한 옥수수 등 잡곡의 공여가 보다 현실적일 것이며 비료의 제공을 통해서 수확을 올리는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중앙대교수.경제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