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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은 1958년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3세의 약년으로 우승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높은 출연료의 연주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출연료는커녕, 연주할 만한 피아노조차 마련하지 못한 흑인교회를 찾아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기를 기꺼워했다.

흔히 '진(眞)'과 '선(善)'과 '미(美)'는 가치에 있어 우열의 층위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진'이 가장 고매한 가치를 머금고 있고, 그 다음 '선'에 이어 '미'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어순도 그러하려니와, 미인 선발대회의 관습에 이끌린 순위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하긴 꽃꽂이에도 이와 같은 층위는 적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꽃꽂이를 하는 데는 세 개의 지주를 필요로 한다. 중심되는 긴 가지를 '진'이라 하여 수반의 한가운데 자리에 높이 세우고, 그보다 짧은 가지인 '선'과 가장 짧은 '미'를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삼각형의 구도가 되게 한다.'진선미'는 별개의 가치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속성과 모양이 다를 뿐, 서로 연동성을 띠는 동일체이다. '진'하면 '선'하고, '선'하면 '미'하며, '미'하면 '진'하다는 논리이다. 진실한 것이 선하지 않으면 참된 진실이 될 수 없고, 선한 것이 아름답지 않으면 진정한 선이 되지 못한다. 아름다움도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있지 않으면 보기 흉한 것이 되고 만다. 결국 '진선미'는 서로를 전제하고 서로를 함축하는 것으로, 가치 역학적으로는 등가관계를 형성한다.음악은 소리를 통해 미를 창출하는 예술이다. 클라이번의 음악이야말로 '진'과 '선' '미'가 한데 어우러진 완미한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삼위일체인 '진선미'는 유기적으로 결합된 한 덩이 지상의 덕목이다.

홍사만(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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