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젠 고입학원 성업

과외 금지 위헌 판결 이후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에서는 이를 위해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을 갖는 '자립형 사립고교제'를 도입하는 등 고교 평준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평준화의 폐지는 획일적인 입시경쟁 심화와 고교 서열화를 부를 뿐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에 부딪혀 아직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비평준화 고교입시 때문에 '학원지옥'이 성업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 학생들을 가둬놓거나 새벽 2시까지 붙들어 두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교육이 입시에 유리하다며 자녀를 이런 학원에 억지로 보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 그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평준화 고교 학생이 비평준화 고교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3년간 평균 12점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평준화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속설을 뒤집은 셈이다. 이 조사 결과로 비평준화 고교들이 2002학년도부터 전면 평준화되고, 전국의 인문계 고교의 49%(588개)나 되는 비평준화 고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보여진다.

더구나 상위권 학생들도 평준화 고교에 진학하면 유리하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이 경우 학교 안팎의 주목과 격려를 많이 받게 되고, 그 자극 때문에 성적이 올라가는 소위 '피그말리온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진행중인 지립형 명문 사립고에 입학한다고 해도 수능 성과가 평준화 고교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없지 않다.

평준화 정책은 중학교가 69년부터, 고등학교는 74년부터 채택해온 우리 중등교육의 대원칙이다. 그동안 특목고 등 여러가지 예외가 생기면서 당초의 취지가 퇴색됐으며, 자립형 사립고 문제도 '땜질식 처방'이라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이제는 평준화를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완한다면 어떤 식으로 보완할 것인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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