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로 예정됐던 2차 이산가족 방문단 명단교환 등 중요한 합의사항이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통고도 없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분단 이후 처음으로 실시됐던 신문교환마저 시작된 지 닷새만인 지난 6일부터 일방적으로 북측에 의해 중단됐다북측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됐던 신문교환을 갑작스레 중단한 데 대해 남측 당국자는 12일 "북측이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난 6일부터 신문 교환을 중단했다"며 "판문점 북측 연락관들은 상부로부터 지령이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양측은 판문점 연락관 협의를 통해 남측은 종합일간지 10종, 경제지 4종을 각각 5부씩 70부, 북측은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각각 35부씩 70부를 서로 교환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자부터 5일자 노동신문과 2일자부터 4일자 민주조선이 지난 9일 남측 일부 언론사에 전달돼 앞으로 언론교류가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북측이 '아무런 이유' 없이 신문교환을 중단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6.15 공동선언 이후 쌓여온 북측 나름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대표적인 사례는 신문교류가 중단된 당일인 지난 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성명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가장 강도 높게 남측 당국을 비난한 이 성명은 향후 남북관계에서 나타나는 '후과'(좋지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남측 당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평통 성명은 지난 2일 공개된 국방예산 증액 내용과 '2001~2005 국방 중기계획'을 전면에 내세워 6.15 공동선언 이후 남한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동선언에대한 도전행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남측 당국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조평통 성명에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성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5일 북측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최고 지도부에 대한 모욕 사건'이 남측에서 발생했다.
자유민주민족회의, KAL858기 유족회, 전몰군경유자녀회 등 이른바 반공우익단체회원 100여명이 '김정일 한국방문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결성대회를 가진 자리에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화형식'까지 치렀다.
이에 대해 북측은 지난 8일 평양방송 논평을 통해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함부로 모독하고 통일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자들은 마땅히 역사와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면 반공깡패들, 반통일 범죄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야 할 것"이라고 처벌을 요구했다.
북측은 이전에도 '혁명의 최고 수뇌부', 즉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에 대한 인신모독성 비난에는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97년 11월 한국방송공사 제2텔레비전방송이 일부 탈북자의 증언을 토대로 당.정 간부들의 부정부패상, 주민들의 참혹한 생활상 등을 그린 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지자 평양방송 논평을 통해 "한국방송공사 제2텔레비전 창작단을 가차없이 폭파해 버릴 것이며 그 존재 자체를 하늘로 날려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해 8월에는 조선일보의 '김정일 퇴진' 사설을 문제삼아 조선일보사를 폭파하고 기자를 살해해 버리겠다고 한 적도 있다.
북측은 이번 '모독사건'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남측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6.15공동선언 이행과도 결부시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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