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내일(15일)로써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슬람의 종교적 기도일이었던 13일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됐으나 오히려 냉정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15일쯤 미국 클린턴 대통령 중재 아래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시 내각 구성을 추진 중이고, 이슬람계 테러 요원들이 대거 석방됨으로써 세계 곳곳에서의 대이스라엘 및 대서방 테러 공포가 폭증했다.
◇13일 상황
이날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총봉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긴장이 극도로 높았다. 종교 휴일인 이날 낮 12시에 집단 예배를 본 후 시위와 시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며, 특히 유대교 성지였던 문제의 '요셉의 묘'를 이슬람 성지로 개조한 뒤 이곳에서 종교행사를 가짐으로써 이스라엘인들의 분노를 촉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날 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간 후 선제공격에 나서서, 군사행동 종료를 선언한지 몇시간 만인 13일 아침 다시 헬기를 동원해 나블루스의 팔레스타인 보안군 사령부를 폭격했다. 이 도시 인근 살피트 마을에서도 무장헬기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시민들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에서는 무장헬기가 엄포사격을 하는 가운데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고 차에 불을 질렀다. 이 와중에서 팔레스타인인 3명이 부상했다. 가자에서는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자"고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예루살렘 구시가지 출입로 부근에서는 45세 이하 팔레스타인 남자의 알아크사 사원 출입을 막던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충돌을 벌였다. 이밖에 베들레헴과 라말라 등지에서도 산발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도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에서 청년 1명이 총격에 사망하고 31명 이상이 부상하는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가 계속됐다.
◇테러 공포 확산
미국 구축함 피격 사건 하룻만인 13일 오전 6시10분쯤 예멘 수도 사나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건물이 크게 부서졌다. 중동 분쟁 중재를 위해 현지를 순방 중인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대사관 담장 안으로 폭탄이 투척됐다"며 명백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사건 후 '모하메드의 군대'라는 이슬람 과격단체가 미 구축함과 영국 대사관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미국·영국 대사관 전체에 대해 계속 폭탄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인질극을 벌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단체인 '이슬람 저항군'도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테러 위험이 높아지자 미국은 13일 중동과 아프리카의 대사관 및 영사관 37곳을 폐쇄했다. 한편 미 구축함 피격 사건을 조사 중인 미국 수사요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17명으로 늘어났으며 부상자는 모두 33명이라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측이 수감하고 있던 테러 요원들을 12일 석방함으로써 중동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테러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거주 유대인들은 이미 심각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양측 동향
바라크 총리는 전시정부 형태인 '국가비상 정부'를 며칠 내에 구성할 계획이라고 발표, 이번 사태를 유발했던 극우 야당 리쿠드당에게도 참여를 요청했다. 이는 바라크가 종전의 유화 입장에서 강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스라엘 병사 살해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병사들을 보호하려던 팔레스타인 병사 12명도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재 노력
사태가 미 구축한 피격으로까지 확산된 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2일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 등과 전화 회담을 갖고 4자 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
이 통화가 있은 후 미국 NBC 방송은 13일 "클린턴이 중동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르면 14일쯤 이집트로 떠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위해 13일로 예정된 자국내 여행 일정을 취소했으며, 대통령 전용차를 실을 군용기 한대가 이미 연료를 채우고 이륙할 채비를 갖췄다고 전했다. 이 군용기는 통상 대통령 외국 순방 때 약 24시간 먼저 이륙하도록 돼 있다.
한 소식통은 "클린턴이 중동에 도착해서 얘기 나눌 당사자들을 소집하도록 (관계자들에게) 독촉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관리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회담을 열려면 15일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미국, 요르단, UN 등 정상들에게 회담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회담참석 조건으로 이스라엘 철군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회담 개최협상이 진행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은 "정상회담이 15일 이집트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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