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면회소

인터넷이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포성이 지축을 뒤흔드는 보스니아 전선에서 소대장들은 통신병 대신 첨단 노트북으로 전황을 보고 받고, 젊은 여성들은 쓰다가 싫증난 립스틱을 인터넷 경매에서 내다파는 재미를 즐긴다. 취업준비생들이 인터넷 채용정보를 무시하다간 취업재수를 면치 못하게 됐으며, 울타리 밖에서는 잘모르던 군대나 학교생활이 인터넷을 타고 세상바깥으로 흘러나와 논란을 빚는다. 정보기술혁명의 산물인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몰고온 변화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편집자

50대 부부인 허남정(전 대구은행 지점장·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 최명주씨는 올 12월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허약체질인 아내 최씨가 전방부대에 있는 아들(진혁·19)의 면회를 자주 가고 싶어하지만 한번 갖다오면 몸살로 며칠씩 앓던 터에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군인을 자유롭게 면회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애인을 금녀의 성역인 군에 보낸 젊은 여성들도 12월부터 선보일 인터넷 면회소가 개설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마찬가지.

"기합을 받는 것은 아닌지, 혹시 별 탈은 없는지 엄청 궁금해도 휴가를 오지 않는 이상 편지를 받거나 직접 면회를 하지 않으면 접할 수 없었던 애인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쉽게 볼 수 있다니 기다리는데 한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기술관리과 양정효 중령은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장병 복지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전방 군인 위주로 인터넷 화상면회를 먼저 실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화상면회사업은 육해공군의 대대급 이상 2천900여 부대에 각 2대씩 5천800여대를 설치하게 되며 11월부터 백마부대에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올해에 2천106개소에 4천212대, 내년에 770개소에 1천540대를 설치하게 된다.

군 화상면회소에 설치될 인터넷은 1초당 128kb 이상의 초고속국가통신망을 사용하는 최신기종으로 비교적 깔끔한 화상을 지니게 된다.

군 인터넷 화상면회 사업자로 선정된 공중 인터넷 PC & 화상커뮤니케이션 벤처기업인 (주)팝컴네트(www. popcom. net) 이문영씨는 "군 행정병이 특정 도메인으로 접수된 인터넷 면회신청을 받아서 군대 일정과 맞춘 뒤 면회 가능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사업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인터넷 면회소가 설치되면 가족, 친구, 애인들은 집이나 pc방에서 군 전문사이트(www. koreaarmy. net)를 통해 면회를 신청하고 장병들은 약속한 시간에 면회소로 나와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면회는 오전에 신청할 경우, 빠르면 그날 오후 혹은 다음날까지 면회를 할 수 있게 된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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