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아카데미상 시상식장. 여우 주연상을 탄 기네스 펠트로 못잖게 플래시 세례를 받은 여배우가 있었다. 바로 소피아 로렌. 나이 60을 훨씬 넘긴 할머니였지만 10대 뺨치는 탄력 넘치는 몸매를 과시, 전세계인의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에선 이들이 은밀하게 '묘약'을 사용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당사자들은 시인하기를 꺼리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들이 노화를 억제하는 인체성장호르몬(hGH Human Growth Hormone)을 이용해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부족하면 체성 갱년기가 온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체내 골격계의 성장을 촉진,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이것이 부족하면 키가 잘 자라지 않고, 너무 많이 분비되면 거인증이 생긴다. 다른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젊을 때 많이 분비되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그리고 노인이 되면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뒤, 이 호르몬이 키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노화와 밀접히 관련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단백질 합성 및 지방 분해를 촉진하고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등 신진대사 활동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화 방지 치료제로 각광받게 된 것.
과학자들은 성장호르몬이 줄어들어 생기는 노화를 체성(體性)갱년(somato-pause)이라 부른다. 모발이 얇아지고 피부에는 주름살이 생긴다. 근육은 점차 사라지고 지방세포가 증가해 복부 비만이 오는 것도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감정 변화, 피로감, 불안,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 감퇴, 무력감 등도 성장호르몬의 감소와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 보고 있다.◇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묘약?
성장호르몬의 노화 방지 효과는 다양하다. 우선 심장근육이 약해진 심부전 심근증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심장근육 기능이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전을 만드는 원인물질인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대신 혈관을 보호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높여, 동맥경화를 줄여 준다.
성장호르몬은 비만과 골다공증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얼굴 주름살을 줄여주고 늘어진 팔과 어깨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 피로감·우울증·불안·무력감을 치료해 주고, 정신적 안정감을 준다. 동물실험에서는 수명 연장의 효과도 증명됐다. 그렇다면 이 호르몬으로 인류는 노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확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의 효능을 인정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사 처방과 함께 사용해야
성장호르몬은 미국에서 이미 노화예방과 비만치료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호르몬을 처방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장수센터에서 유행하는 '노화 호르몬 복합요법'은, 멜라토닌, DHEA, 성호르몬, 갑상선 호르몬을 함께 섞어서 사용한다.
당뇨병, 갑상선질환, 부신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 있어 의사의 처방을 먼저 받아야 한다. 또 성장호르몬의 효과가 아무리 좋다 해도 넘쳐나면 곤란하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피로감·우울증·불안·무력감·복부비만 등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할 때도 먼저 부족한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더욱이 미 오하이오대 에디슨 생물학연구소는 최근 '내분비학' 게재 논문을 통해, 쥐 실험 결과 성장 호르몬이 수명 단축에 관여할 개연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호르몬 수용체를 제거해 버린 쥐는, 크기는 일반 쥐의 절반 밖에 안됐으나 수명은 1년이 더 길었다는 것. 실험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이었다.
〈계명의대 가정의학과 dhkim@ds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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