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배우자 직업 선호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랑'이었다. 중매결혼에서도 성격이나 태도가 중시됐다. 의사.변호사.박사 등 '사'자가 든 사람이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기는 했지만 여러 개의 열쇠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특정층에서만 선호되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IMF 체제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그 한파는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사랑'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정치 불신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지난 3개월간 전국의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조사.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정치인을 가장 싫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수입.여가시간 등을 바탕으로 한 이 조사에서 가장 좋아 하는 배우자 직업으로는 남편의 경우 정보통신직, 아내로는 교사직을 꼽았다. 남자 배우자로는 82.9점으로 1위인 정보통신직 다음으로는 공인회계사(82.0), 변호사(80.4), 판사(80.0), 벤처기업가(79.4) 등이 차지했고, 기자(69.8). 경찰(59.9), 연예인(59.4) 등은 하위권이다. 여성 배우자는 교사직(83.0)에 이어 교직원(81.6), 유치원 교사(79.3), 약사(78.1) 등이 인기다. 정치인은 남자 배우자로 57.1점, 여자 배우자로는 고작 50.9점이다. 세태와 결혼관은 깊은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추세를 민감하게 드러낸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신부감은 여교사지만, 신랑감의 선호도는 부침이 심했다. 1위가 40, 50년대엔 공무원, 60년대엔 은행원, 70년대 이후 오랫동안은 대기업 사원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에는 대기업 사원의 인기가 급락한 반면 안정된 전문직('사'자가 든 직업)이 급상승해 각박한 세태를 실감케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타산적이고 이기적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풍조가 당연시되기까지 한다. 타산이 맞지 않으면 싸우다가 헤어지기 일쑤다. 이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느니 '애정은 결혼의 열매'라는 말은 '공허한 대사'가 돼 버렸는지도 모른다. 정치 불신 풍조는 더욱 큰 문제다. 따스한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사회, 정치가 신뢰감을 회복하는 시대가 너무나 아쉬운 이즈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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