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가정 주부. 그러나 자녀 양육 만큼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밀고 가는 지혜로운 주부들이 있다. 어디어디가 조기교육에 좋다더라는 입소문이 동네를 휩쓸어도 부화뇌동하는 법이 없다.
초교 4년·1년짜리 남매 권유진·하진 남매를 둔 양옥자(37)씨. 아직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이어서 뭐라 말할 형편이 아니라고 쑥스러워했다. "별다른 것 없습니다. 너무 평범해서 실망할텐데요". 그러나 그는 학교 학부모 연수회에서 사례를 발표할 정도이다.
전업주부라 해도 어릴 때부터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는게 보통. 하지만 양씨는 남매가 다섯살 될 때까지 몸소 돌봤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뒤,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게 맞다는 생각을 굳힌 때문이었다.
양씨는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산교육을 중심 삼았다. 김치 담글 때도 함께 배추를 다듬고, 돈가스 만들 땐 아이들이 계란·빵가루를 묻히게 했다. 수제비를 싫어했던 아이들도 밀가루 반죽을 같이 해보곤 좋아하게 됐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빨리 하라"는 얘기를 아이에게 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양씨 가족의 식사시간은 유난히 길다. 대신 이 시간에 한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을 다양하게 하고 아이들이 답하게 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조리있게 말하는 능력을 키워줬다.
"'재주는 덕을 이기지 못한다'는 공자님 말을 아이들에게 곧잘 합니다. 무엇을 잘 한다고 남에게 잘난 척 하기 보다는 항상 겸손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려깊은 아이가 되라고 말해 줍니다". 그래선지 남매 모두 "내가 도와줄게" 하며 친구들을 잘 보살핀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의견을 존중해 준다. "부모는 절대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이지요". 양씨는 그래서 아이 키우는데 도움 되는 책을 많이 읽고 적용해 본다고 했다.
양씨가 늘 웃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게 된데는 남편(38)의 힘이 크다. "엄마가 스트레스 받으면 아이도 힘들어진다"며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애쓰는 것. 퇴근 후 아이들 목욕시키고 화장실 청소하는 것은 그래서 남편 몫이다. 일요일엔 한끼 식사까지 책임진다. 근래 유진이가 사춘기에 들었는지 한동안 힘들어 할 때도 아빠의 편지가 큰 힘이 됐다.
이들 가족은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박물관·전시회 관람, 자연 관찰 등을 나간다. 아이들이 많은 사고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집에 와서는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토록 한다.
진채린(5)·수빈(2) 남매를 키우는 양이선(36·대구 대봉동)씨 집에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블록·장난감 등이 이채롭게 자리잡고 있다. 우유팩으로 만든 블록 안에는 동전·쌀·약숟가락 등 별의별게 들어 있어, 아이들은 블록 쌓기를 하면서 다양한 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싱크대 안에도 콩·팥 등이 담긴 플래스틱 통들이 가지런하다. 아이들은 이것을 흔들어 대며 신기해 한다.
양씨 집안에선 모든 것이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이용된다. 아이들이 좋아 할 그림이 담긴 달력은 촛불로 가장자리를 그을려 예쁘게 만든 뒤 벽에 붙인다. 신문지 찢기, 밀가루 반죽놀이 등 큰 돈 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도움되는 놀이도 마찬가지.
다른 주부들이 무슨 프로그램이 좋으니 하며 요란 떨 때도 양씨가 흔들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책·잡지 등을 통해 육아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려 노력한 것. "남들이 한다고 따라할 게 아니라, 주관이 있어야 아이들을 바로 교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보를 몰랐을 땐 내 애만 빠지나 걱정하게 되지만, 정보를 알고 조금만 노력하면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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