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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 수매장에 비친 농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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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한해중 가장 많은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추곡수매날.수매 일정이 잡히면 수매 등급을 잘 받기 위해 벼 건조에서 포장에 이르기 까지 몇날 며칠을 가슴 졸이며 준비한다.

그러나 요즘 농민들은 벼 수매날의 즐거움이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달구지가 아닌 트럭에 벼를 싣고 집을 나서면서도 아내의 따뜻한 배웅과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8일 오전 9시부터 두번째 추곡 수매가 열린 칠곡군 약목농협 지천출장소 넓은 마당.

이날 출하된 추곡은 2,500가마로 7개 마을 100여 농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벼 가마니를 쌓아놓고 차례로 검사를 받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농민들은 검사 등급에 예민하지만 이날 출하 전량에 대해 1등급을 받은 농민마저 웃음은 잠시뿐 손에는 돈이 아닌 농협 전표만 들고 사무실을 오가고 있었다.

지천면내 장모(58)씨는 "추곡수매장에 나온 농민들 대부분이 영농자금과 가계자금 대출 등 농협 빚이 누적돼 수매 대금으로 마이너스 통장 메꾸기에 바쁘다"며 "현찰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드문 편"이라고 씁스레해 했다.

농협은 농민들을 위해 창고 한켠에 가마솥을 걸고 뜨거운 고깃국도 마련해 두었지만 먹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참외 농사 준비에 바쁜 탓인지 빈 전표 쪽지만 들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박덕회 약목농협장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수매장 인근 술집들도 붐볐고 이따금씩 투전판도 벌어지는 등 추곡수매때면 농촌에 인정과 운치가 넘쳐 났었다"며 "농민들의 기운없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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