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센트럴시티 상봉

##"닷새만 참으시지…"

0…"50년 세월의 벽을 넘어 달려왔는데 닷새를 못기다리고 가시다니…"

북측 상봉단의 일원으로 지난달 30일 서울에 온 김히락(69)씨는 형 주락(76)씨가 닷새전 동생을 애타게 그리다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락씨는 치매와 중풍에 시달리면서도 반세기동안 헤어져 살았던 동생을 만나야한다는 일념으로 버텨오다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에서 끝내 눈을 감았던 것.

0…6.25 전쟁당시 국군과 인민군으로 참전, 서로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형제가 꿈에도 그리던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신현문(69)씨는 서울 센트럴 시티 상봉장에서 형 현삼(72.대전시 유성구 구암동)씨 등 남쪽의 형제들을 만나자 서로 부둥켜 안고 반세기의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충남 대덕이 고향인 현문씨는 전쟁 당시 충남도청 운수과에 근무하다 남쪽으로 내려온 인민군에 입대, 북으로 향했고 형 현삼씨는 국군 장교로 주요 전투에 참가한 공로로 무공훈장을 3개나 타고 소령으로 예편한 국가 유공자.

##탤런트 김영옥씨 오빠 만나

0…"집안의 기둥이 이제사 왔네요" "네가 유명한 배우라니 기특하다"

베테랑 연기자인 김영옥(63)씨지만 50년만에 만난 큰 오빠 영환(70)씨를 만나고는 절로 솟는 감동에 눈물 연기가 따로 필요없었다.

작은 오빠 순환(67)씨, 동생 영자(59), 영순(55)씨까지 5남매는 상봉이 시작되자 금방 어릴적 즐겁던 오누이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들을 끔찍이도 아끼던 어머니 노득진씨가 지난 89년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건네자 영환씨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무너져 내리며 설움을 참을 수 없었고 남매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형님 드리려 그림 가져와

0…운보 김기창(88) 화백의 동생 기만(71)씨는 롯데월드호텔에 도착한 뒤 김 화백의 병환소식을 듣고 "형님이 그렇게 편찮으세요"라며 "꼭 만나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기만씨는 '병원에 입원하신 형님을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형님께 드리기 위해 내가 그린 조선화 몇 점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기만씨는 '김 화백측에서도 족보 등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래요"라고 밝게 웃은 뒤 "형님을 꼭 만나뵙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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