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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 베푸는 '작은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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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태국 등 동남아계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잦은 가운데 인술(仁術)을 베풀어 이들의 타향살이 설움을 달래는 의료진이 있다.

4년째 외국인 근로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이정기(42)씨. 그는 치료비때문에 병원 찾기를 꺼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접수비만 받고 진료를 해준다. 특히 임신부들은 진료비의 절반만 받는다. 이씨는 "유산을 한 필리핀 여성이 최소 3, 4일은 요양을 해야하는데도 바로 다음날 일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1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 여건과 내국인들의 홀대에 힘들어하지만 순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생들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고 있다. 경북대 의예과 자원봉사단 '한빛회' 회원 15명은 전문의 선배들과 함께 지난 9월부터 격주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진찰과 투약 등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한빛회 회장 이종목(22·의예과2년)씨는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위궤양이나 감기를 앓고 있어 비타민 등 영양제나 감기약을 많이 요구한다"며 "여성들이 생리대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치료가 끝난 후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때 뿌듯하다"고 밝혔다.

'한빛회'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진료에 의약분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회봉사때는 의사도 직접 약을 조제할 수 있다는 약사법상의 예외조항이 내년에 폐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빛회'는 자원봉사에 참여할 약사를 구해 처방약을 지어야 할 형편이다.

한빛회 회원들은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일요일에도 작업시간에 쫓겨 치료를 받자마자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업체들이 충분한 진료를 받을 시간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고 아쉬워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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