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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중소기업인의 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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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매일신문 동부본부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몇년째 연말마다 같은 내용의 전화를 걸어오는 탓에 친근한 목소리였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름과 회사 등 신상과 관련된 내용이 밝혀지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며 100만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놓았다.하지만 올해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어두웠다. 벌써 4년째 불경기에다 12월 한달만 해도 이미 2천만원 가까운 적자가 났으며,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에 직원들의 상여금이나 제대로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액수의 성금을 내놓은 이유는 "그래도 내가 그 사람들(불우이웃)보다는 형편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사치'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올해 성금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마음'을 함께 담았다는 말도 했다.

올겨울 여러 불우시설이 겪는 어려움은 사상 최악이다. 온정의 손길은 줄어든 반면 고아원, 양로원 등의 수용자는 오히려 늘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결식자도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고급 유흥가에서는 수백만원짜리 양주를 없어서 못팔고, 한벌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모피코트도 불티나게 팔린다. 취재 일선에서 만나는 경제인들 가운데는 연일 계속되는 망년회 뒷얘기에다 "하루 저녁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썼다"고 호기를 부리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웃돕기 성금으로 수백만원을 냈다는 인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좀 도와달라며 손을 벌리는 통에 피곤하다"며 못마땅한 표정만 짓는다.

자신의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이웃돕기 성금을 내놓은 한 중소기업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따뜻해 보였다.

박정출기자 제2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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