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국방장관 회담

미 워싱턴에서 열린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강경 일변도였던 미국의 대북 정책이 유연하게 전환, 앞으로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싸고 실질적인 대화국면이 조성될 것임을 예고했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이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 5개월만에 부시대통령이 직접 대북대화 재개를 선언한 뒤, 한승수-파월 한미 외무장관회담에 이어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대북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대화 선언시 내세웠던 △제네바합의개선 △북미사일문제 포괄타결 △북 재래식 군사위협 제거.완화 등 3가지 의제를 둘러싼 서로의 시각차를 말끔히 정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양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해 대처키로 합의한 것은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양측은 회담후 "두 장관이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따라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분야에서 신뢰구축 조치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문제에 관해 부시 행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해결방식을 인정, 한국 정부의 주도아래 북한과 협상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음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거론할 때만해도 거기에는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 행정부내 강성 인사들의 불신이 배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동신 장관은 럼즈펠드 장관을 만나 군사당국자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진의를 설명하고, 미국의 오해를 풀어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북한 체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회의적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휴전선 부근에 집중배치된 방사포와 자주포 등 장사정포의 사거리안에 들어있는 3만7천여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직접 미국이 나서 북한과 후방배치,전력감축 등의 협상을 벌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미 행정부의 '극적인' 자세변화는 공동발표문 곳곳에서 두드러진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과거핵 규명과 경수로의 화력발전로의 대체 등 사실상 지난 94년 미북간 제네바합의 '수정'에 주력해왔으나 이날 회담에서 두 장관은 북한의 국제적 안전보장의무 준수를 포함해 제네바합의의 '성공적 이행'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는 결국 '검증 가능한 제한조치'를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한국이 각각 주도적으로 맡는 우리 정부의 '역할분담론'을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회담에서 두 장관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속시키는데 남북한 화해.협력이 '매우 중요하다'(critical)는데 합의하고, 특히 럼즈펠드 장관이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강한 지지(strong support) 의사를 밝히고 조기에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힌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나아가 한미가 긴밀한 정책공조 아래 남북대화와 미북대화를 상호보완적으로 추진해 나가자고 한 것도 앞으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 부분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예의주시하면서 남북대화를 전면 동결했던 북한에게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 등에 응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양국 장관은 구체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해서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와 군사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며, 그렇게 할 때만 남북의 화해.협력을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럼즈펠드 장관은 주한미군의 장기적 주둔 필요성 및 현재 추진중인 '디펜스 리뷰'(국방정책 재검토) 작업과 관련, 김 장관에게 처음으로 그 개념과 현황을 직접 설명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유사시 증원전력 전개 등을 포함해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에는 어떠한 변화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혀 한미동맹의 건재를 과시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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