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목간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시원(始源)은 몸짓과 음성으로 친다. 커뮤니케이션 발달사에서 흔히 육체언어와 음성언어로도 분류하기도 하는 이 두가지의 의사전달 방법은 인류역사와 거의 태동(胎動)을 같이한다. 손짓, 발짓, 신체의 접촉, 눈짓 등은 인간이 몸동작으로 하는 대화방법이다. 고통을 내뿜는 신음, 기쁨을 나타내는환희의 소리, 놀랄 때 나오는 비명 등은 '목구멍 소리'로 하는 표현행위로 본다. 이렇게 전달하는 두행위는 가까운 거리의 교신만 가능한 한계가 있다.

다음에 나타난 인간들의 의사전달은 동굴 등의 벽화로 이어지고 문자 발명 이후는 나뭇잎이나 가지에 기록을 새기는 행위다. 최근 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나온 23점의 목간(木簡)은 먹글씨 또는 칼로 나무에 글자를 새겨 남긴 기록물이다. 백제시대의 절이름과 인명, 지명, 행정구역명, 관직명 등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 중 일부는 글자를 연습하기 위한 습자(習字)목간도 발굴돼 백제 성왕, 위덕왕시대의 문자 등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평가될 정도로주목을 끌고 있다.

목간은 종이가 없거나 귀했던 시대에 기록을 남긴 나뭇조각, 문헌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시대의 상황을 담은 목간의 발굴은 고대국가의 형성과정이나 신분,이웃나라와의 교류 등 귀중한 사료(史料)의 가치가 있다. 백제 능산리 목간발굴이전에 지난 75년 경주 안압지에서 통일신라시대 목간 50여점, 91~94년 경남 함안성산산성에 신라목간 27점 등 모두 140점 가량이 발굴됐었다. 이런 우리나라 목간의 용도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조선시대의 호패처럼 신분증이라는 주장과 군량미 같은 물품에 붙은 꼬리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어쨌거나 옛시대의 표현행위인 목간의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여러가지다. 땅속에 묻혀 숨쉰 인간들의 족적들이 땅위의 역사로 다가서면 지금까지의 역사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승자의 기록으로 윤색되었을 일부의 역사가 바르게 잡힐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인류 역사상 '조작역사'의 완전 배제는 불가능한 일이고 보면 민초(民草)들의 기록을 곳곳에 남겨둘 일이다. 오늘의 한국적인 상황은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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