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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데스크-배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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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배반을 하면서 살아간다. 가족을, 스승을, 애인을, 그리고 친구를 배반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인류의 역사는 상당 부분이 배신의 역사이다.

'기만하고 배신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마음'이라는 소포클레스의 말처럼 배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궤를 같이 한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빠져 선악과를 먹은 것도 따져보면 그들을 만든 창조주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배신이다.

또 최근 김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사법처리 여부로까지 비화된 최규선씨의 이권 개입 의혹도 최씨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의 '배신'이 불씨가 됐다.

그러나 배신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치 않았다면 인간 개개인과 인류의 역사는 드라마틱한 부분이 없이 항상 예측된 대로 움직이는 무미건조한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배신이 없다면 세계 명작, 명화 중 상당수는 소재가 없어 생겨나지도 않았고, 대중가요의 작사가들은 노랫말 만들기에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르겠다.

중·고생들은 역사 공부하기가 한결 편하고 언론도 숨가쁜 취재 경쟁을 한층 덜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기만하고 배신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마음'이라는데 배신하는 이들은 어떤 연유인지 후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브루투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신자'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로마의 공화정을 지키겠다는 명분에 시저를 암살했고 변론가·학자로서의 명망도 높았지만 "브루투스여! 너마저?"라는 시저의 마지막 외침 앞에서 빛을 잃었다.

조선조의 신숙주도 뛰어난 학자였지만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가담한 일 때문에 사육신·생육신을 추앙하는 도학적인 분위기에 밀려 후세에 비난을 받았다.

물론 케말 파샤처럼 자신의 상관을 자주 배신했지만 사심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관된 행위로 인해 국부로 추앙받기까지 한 인물도 없지 않다.

배신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대구·경북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리게 했던 '문희갑 시장의 비자금 리스트 사건' 역시 최측근 인사의 '등돌리기'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배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배신에 따른 손익계산서가 당사자들간에 분명히 엇갈리는데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과 맞서는 민주당 외에는 득을 본 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선 3선을 생각했던 문 시장이 가장 큰 피해자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 시장의 비자금 리스트를 제3자에게 넘겨준 최측근 인사가 득을 본 것도 없다. 리스트 사건이 불거지는데 이런저런 역할을 한 정치인 역시 득보다는 손해가 훨씬 큰 것같고….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이 엄청 커졌음은 물론이다.

대구시민의 상처받은 자존심도 이번 사건의 손익계산서에서 빠트릴수 없다. 만약 검찰의 수사 결과 문 시장의 부정축재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런 사람에게 지난 6년간 대구 시정을 맡긴 데 대한 시민들의 자괴감과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별것 아니라면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와 함께 '지역 풍토'에 대한 또다른 자괴감이 시민들 사이에 가득할 것이다.

사실 대구·경북이 내부의 일 때문에 많이 시끄럽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부끄럽게도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일부에서는 이번 문 시장 비자금 파문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240여년 전 청담 이중환이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경상도를 평한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의리를 밝히고 도학을 중히 여겨서 비록 외딴 마을, 쇠잔한 동리이라도…(중략)…해진 옷을 입고 항아리 창을 한 집에 살아도 또한 도덕과 성명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풍습이 근세에 와서는 점점 쇠해져서 비록 정성스럽고 삼가나 도량이 좁고, 실상은 적으면서도 말다툼을 좋아하니…'.

쉽게 말해 별로 가진 게 없으면서도 도량이 좁고 다툼만 많다는 뜻이다.240여년 전에 쓰여진 글이 지금은 틀리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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