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풍족하고 넘치는 현대 사회.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매일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 '함께 나눠 먹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어려운 이웃들이 예전보다 일용할 음식에 대한 걱정이 줄어 그나마 다행이다.
제 집 찾는 길손도 따뜻하게 대접해 보내던 미풍양속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현재 정착단계에 있는 푸드뱅크(Food Bank-국번 없이 1377)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의 하나다.
파리바케트 종로점을 경영하고 있는 이종식씨는 푸드뱅크 기탁자다. 남모르게 인근 학교의 결식 학생들에게 매일 빵을 나눠주는 일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98년 푸드뱅크를 알게 되면서 매일 그날 팔다 남은 빵을 중구 푸드뱅크에 기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빵이 푸드뱅크를 통해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달서구 송현여고 급식실도 식품 기탁처다. 학기 중 학생들에게 급식하고 남은 음식을 푸드뱅크를 통해 무료급식소나 사회복지시설에 보낸다. 한끼를 걱정하는 이웃들과 먹을거리를 나누고 음식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내 각급 기관단체의 호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푸드뱅크는 식품을 제조, 판매, 유통, 조리하는 기업이나 기관, 개인 등으로부터 이용 가능한 식품을 기탁받아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식품을 통한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이 캠페인은 1998년 국내에 처음 실시돼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혜택을 보고 있다. 그동안 개인이 해오던 일들이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더 조직화된 것이 달라진 점이다.
푸드뱅크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1998년 1월 대구와 서울, 부산, 과천 등 4개 지역에서 시범실시된 후 그해 9월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현재 광역 16개소, 기초 191개소 등 모두 207개 푸드뱅크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역 1개소, 기초 12개소가 운영중인 대구지역은 중구와 서구, 남구, 달성군이 각 1개소, 북구와 동구, 달서구가 각 2개소, 수성구 3개소 등 모두 13개 푸드뱅크가 설치돼 있다. 경북지역도 광역 1개소와 시군별 기초 푸드뱅크 17개소가 활동하고 있다.
각 푸드뱅크는 신선도가 떨어져 정품판매가 어렵거나 제조과정에서 과잉생산된 식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등을 기탁 받아 사회시설과 개인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통조림 가공식품, 농수축산물, 양념류, 빵 등 간편식, 조리식품 등 기탁 식품의 종류나 양은 제한이 없다. 생활필수품 등 공산품을 기탁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기탁된 식품들은 무료급식소나 쉼터, 소년소녀가장세대, 결식아동시설, 노인시설, 장애인 시설, 여성복지시설 등과 개인에게 골고루 배분된다. 대구 중구 남산4동 남산종합사회복지관(관장 신상윤)은 관내 사회복지시설과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가정을 위해 5년째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기초푸드뱅크인 남산사회복지관에 등록된 기탁회원은 모두 55명(개). 식품회사, 재래시장, 슈퍼, 농수축산업점, 제과점, 급식소 식당, 농장 등 다양하다. 2/4분기에만도 회원이 14명이나 늘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모두 573건의 기탁 실적 가운데 빵 등 간편식과 조리된 식품이 547건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매일 기탁하는 회원도 5개소.
전담직원이 매일 일정에 따라 기탁 음식물을 수송해 200여 저소득 가정과 30여개 사회복지시설, 무료급식소, 복지관 등 이용자에게 나눠주고 있다. 또한 매주 화, 목요일 두차례 무료 급식소를 운영, 기탁된 식품을 조리해 배급하고 있다. 관내 거주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조리를 맡아 봉사하고 있다.
남산사회복지관은 최근 외국계 회사로부터 냉동탑차를 기증받아 음식물 위생에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유효기간이 지난 유해한 음식은 기탁을 받지 않는 등 기탁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 12개 기초 푸드뱅크 중 남산사회복지관이 유일하게 냉동탑차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기초 푸드뱅크도 기탁 식품 위생관리를 위해 냉동탑차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 인력 부족도 기초 푸드뱅크가 겪고 있는 애로점이다. 기탁품은 신속한 수송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전담직원이 1명 뿐이어서 바쁠 때는 일반직원들이 일손을 보태는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명도 경북광역 푸드뱅크 회장은 "푸드뱅크 사업은 결식의 고통과 끼니 걱정에 시달리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프로그램"이라며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푸드뱅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대구지역 푸드뱅크 사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6월말까지 시내 13개 푸드뱅크에 기탁된 식품은 4천822건으로 금액으로는 2억9천595만원 어치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기탁건수는 44.1%, 금액으로는 22%가 증가했다.
물품별 기탁식품은 통조림 및 가공식품이 가장 많아 1억98만원, 조리된 식품이 5천430만원, 농수축산물이 6천42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또 기탁건수가 가장 많은 빵과 간편식품은 6천608만원(2천622건), 옷과 생필품 등 기타는 1천29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북광역 푸드뱅크의 경우 올 1/4분기에 모두 535건이 기탁됐으며 금액으로는 6천648만원을 기록했다. 도내 17개 기초 푸드뱅크별 기탁실적은 포항이 189건으로 가장 활발하고, 안동 70건, 경주 67건, 칠곡 63건 순으로 나타났다.
푸드뱅크에 식품을 기탁하는 사람은 관련법령에 의해 기탁전액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우수기탁자에게는 현판 증정, 포상 등을 통해 공로를 인정해주고 있다.
한편 푸드뱅크의 보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7월부터 푸드뱅크 운영관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도입돼 운영중이다. 푸드뱅크 운영관리업무의 전산화로 전국 각지의 푸드뱅크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각종 자료를 확인, 활용할 수 있으며 기탁자가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기탁물품의 분배현황을 확인하고, 이용자도 본인의 푸드뱅크 이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대구 푸드뱅크(053-1377)
광 역기독교가정복지관남구 봉덕동 1019
달서구본동종합사회복지관달서구 송현2동 277-2
자융모자복지관달서구 용산동 855-1
동 구동촌종합사회복지관동구 입석동 964-8
베다니농원동구 율하동 717
북 구선린종합사회복지관북구 관음동 477-1
산격종합사회복지관북구 산격1동 724-12
서 구소망모자원서구 상리동 644
가톨릭여자기술원수성구 황금2동 836-3
수성구만승자립원수성구 시지동 28-1
애활원수성구 파동 13-5
중 구남산사회복지관중구 남산4동 2482
달성군대구시립희망원달성군 화원면 본리동 85
▨경북 푸드뱅크(054-1377)
지역명사 업 주 체소 재 지
광 역경북사회복지협의회경산시 사정동 50-8
경 산경산시노인복지회관백천동 산43-1
경 주용강종합사회복지관용강동 용강주공단지내
김 천김천시종합사회복지관남산동 사회복지관 별관
구 미삼성원형곡동 73-3
문 경신망애육원영신동 422
상 주상주보육원낙동면 성동리 35
안 동안동복지원옥동 981-1
영 주만수촌조와동 458-3
영 천영천희망원작산동 130
포 항포항모자원남구 송도동 436-44
고 령국제재활원성산면 어곡리9
성 주실로암육아원수륜면 신파리 산64-2
영 덕경북기독보육원영해면 성내1리 408
울 진후포영신모자원후포면 삼율리 188-3
의 성의성자혜원의성읍 후죽리 136
청 도효사랑마을화양읍 범곡리 96
칠 곡상록모자원왜관읍 석전리 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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